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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등 떠밀려 나간 새벽 운동

by Helen of Troy 2016. 9. 3.



새벽 6시 먼통이 트기 전에 운동하면서...



며칠 전 월요일에 제자 카라의 스위스 유학 환송파티에 참석했다.

의사이신 카라 아빠는 바쁜 주중인데도 저녁 7시에 퇴근해서

저녁도 들지 않은 채 바로 팔을 걷처 부치고 파티 준비를 할 정도로

아이들의 크고 작은 일에 늘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아빠이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도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데

몇해 전부터 시작한 운동에도 무척 열심이다.

그날 환송 파티에서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 6시에 에드먼튼 도시를 가로 지르는

북 사스카추언 강 언덕을 오르내리는 운동이 있으니

와서 참석하라고 권유를 하기에

운동하는 것은 적극 찬성이지만, 운동 시간이 너무 일러서

대충 생각해 보겠다며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그런데, 화요일 저녁에 수요일 운동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메시지를  친절하게 보냈지만,

그날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용케 새벽운동을 피했는데,

어제 저녁에 이틀 후면 스위스로 떠나는 카라가 전화해서

내가 가면 자신과 어릴때부터 단짝친구이자 나의 제자인 수잔나가

학교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둘이 갈거라는 애교섞인 권유는 도저히 거부를 못하고

다음날 새벽 5시 50분에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개인적으로 운동삼아서 평소에도 거의 매일 2시간씩 약 40-50km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서, 운동 자체는 전혀 개의치 않지만,

10대부터 밤 1시 전에 자 본 적이 없는 '올빼미'인지라

평소처럼 밤 2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인데

특별히 나를 생각해서 운동에 동참하자는 자체가 고마워서

알람을 세트를 하고 겨우 잠을 청해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서

밤새 비도 내린 끝이라 짙은 구름도 끼고 해뜨는 시간 전이라서

깜깜한 거리를 차로 20분간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준비운동 전에 카라 아빠, 수잔나, 카라


차를 주차하고 예정된 장소에 가 보니

이미 약 10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고,

미리 도착한 카라의 가족과 수잔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두 팔로 흔들면서 맞아 주었다.



간단한 준비운동 후, 경사가 큰 강변 언덕길 위로 모두들 향했다.

아침 온도가 12도라서 윗도리도 두겹에 긴 바지를 걸쳐 입고 나갔는데

과반수의 사람들이 티셔트에 반바지를 입고 경사진 언덕을 가볍게 경주를 하듯이 뛰어 올라간다.

나는 천천히 카라의 동생 레이앤과 보조를 맞추어서 조심스럽게 언덕을 올라갔다.


뛰는 사람들 중에 개와 함께 온 사람도 꽤 많았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거나 앞에 안고 뛰는 이도 보였고,

너댓살 된 남자아이부터 초등-고등학생들도 부모와 함께 한 모습을 보고

몸을 사렸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일출 전이라 아직도 어둑어둑한 강건너 강북의 downtown 모습...


언덕 길 밑에는 현재 강북과 강남을 잇는 새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소문에 이 다리의 structure를 한국에서 조립과 용접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6시 반이 되자 하늘이 조금씩 밝아져 오고,

달리는 이들의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달리기에 달인인 사람들은 나처럼 천천히 뛰는 사람들 보다 2-3배로 빨리 오르락거리는데,

마주칠때마다, 누가 봐도 처음 참여한 사람인 나같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good job!,  way to go!  good work! 큰소리로 격려와 high-five 를 해 주니

없던 힘까지 내어서 포기하지 않고 뛰어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 그룹을 오랫동안 주도하는 네명의 젊은이들이 예정된 시간이 되었으니

올라가던 사람들을 중간해서 돌려보내서 나도 같이 아래로 헉헉거리면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언덕길 제일 아래에서 그 지점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양쪽에 모두들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아래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양쪽에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의 손바닥을 서로 마주치면서

그 사이를 지나가게 되어서,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일이라 처음엔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모두들 40분간 잘 해 냈다면서

'Glad that you made it!' 라는 말로 치켜 세워주기까지 해서

떠밀려서 한 운동을 자진해서 찾아올 생각이 절로 들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혹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두 리더들...

매일 그날 제일 열심히 한 주자에게 들고 있는 전자 횃불을 수여하는데

이날을 아빠를 따라 온 4살짜리 남자 어린이에게 주어졌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무지개가 이른 새벽에 걸려있다.

운동이 끝나자 카라의 아빠의 권유로 강북으로 아침을 먹으러 차로 이동을 했다.



식당에서 유치원때부터 13년간 친구인 수잔나와 카라

내일 새벽같이 먼 길을 떠나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서 등교전에 일부러 운동을 함께 왔다.



오래된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이 식당은

100년이 넘는 오래된 빌딩에서 1947년부터 3대째 이어 온 식당이었다.

 


벽에는 식당 초기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걸려 있다.

왼편에 팔에 안긴 아기가 지금은 주방장을 하고 있다.

 


60-70년대에 유행했던 diner 스타일의 테이블과 동그란 의자는 물론

식당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두어서 허름하지만 노스탈지어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이 오래된 식당에서 40년을 일했다는 주방장의 엄마

 

그리고 이 식당 벽에는 신인 화가들의 그림이 죽 걸려 있는데

값이 $100 이하로 꽤 저렴한데 그들을 지원해주는 주인들의 맘이 엿보인다.



길에서 본 70년째 영업중인 Commodore Restaurant" 의 복고스러은 가게 모습..


오늘 아침 식사는 카라 아빠가 선뜻 내 주어서

덕분에 생전 처음 땀 흘리면서 새벽운동도 하고

가족같은 분위기의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맛난 아침 식사도 할 수 있어서

9월의 첫 금요일을 기분좋게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