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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드디어 나도 셀폰이 생겼다!!

by Helen of Troy 2016. 6. 20.




어제 드디어 구입한 삼성 갤럭시 스마트 폰



 캘거리 합창공연을 무사히 잘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안그래도  학기말이라서 바쁜데다가

공연때문에 밀린 수업까지 채우고, 악기 등급시험 준비에 다른 학생들의 피아노 반주까지 하느라

끼니도 거르면서 며칠간 눈코 뜰새없이 일만 했다.

그러다가 토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보니 바로 내일이 (6월 세째 일요일)

아버지날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자, 하루 종일 잠만 자려도 계획을 뒤로 하고

마침 여름 휴가를 얻어서 집에 온 큰 딸과 남편와 함께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려고 가까운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을 설득해서

딸과 아들, 그리고 내 몫으로 여름옷가지 몇개를 사 들고

집으로 가려다가 이동전화 회사 가게 윈도우에 전시된 각종 스마트 폰을 생각없이 들여다 보다가

큰 맘먹고 개나 소나 다 소지한다는 스마트 폰을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5명인데

큰딸은 4년 전에 이미 독립을 해서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어서

집엔 주로 우리 부부와 직장 다니는 복덩이 아들과

대학교에 재학중인 막내딸이 함께 사는데,

 4식구 중에서 유일하게 셀폰이 있는 사람은 복덩이 아들뿐이다.


10년 전에 학교 등교할 때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스쿨버스 대신에

시내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폐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간단한 기능만 있는 flip phone 을 사 주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들이 그 폰을 사용할 위급사태가 발생하지 않아서

10년을 통털어서 전화를 사용한 적이 10번도 되지 않아서

그동안 매달 가입비만 꼬박 꼬박 바치고 있었다.


막내딸은 7학년때부터 모든 친구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셀폰을 그렇게 사달라고 졸랐지만,

우리 부부의 한결같이 대학 갈 때까지는 셀폰 사용은 불가하고,

대학생이 되면, 본인이 경비를 부담한다면 셀폰을 사라는 대답으로 6년을 버티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날로 달려가서 셀폰을 바로 살 것 같은 막내딸마저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ipod 로 Wi-Fi 가 있는 곳에서 왠만한 text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정작 그렇게 오랫동안 조르고 조르던 셀폰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신의 셀폰이 아직 없다. 

아마도 고등학교때무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16-20시간씩 알바를 해서 용돈과 학비를 벌려서

돈 벌리가 결코 녹녹치 않다는 것을 터득했는지, 매달 내는 경비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내 경우에는 80년도 초반부터

IT 업계 아주 초창기부터 엔지니어/system analyst로 일을 하면서

세계 최초의 ATM(현금인출기)를 뉴욕 본점에 설치하기도 했고,

하루 평균 15시간씩 주말도 없이 90년도 중반까지  일벌레로 살았다.

그러면서 업무 특성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달려가야 해서

늘 pager, 삐삐기의 노예로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그 일을 그만 두고 몇년간은 컴퓨터 앞에도 앉지 않았고,

그래서 이멜도 식구들이 읽고 프린트를 해서 내게 가져다 주었고,

전화를 비롯해서 어느 호출기의 소음 횡포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래서 남들이 카메라도 디지탈로 바꾸고, 통화도 셀폰으로, LP에서 CD로 블루투스로

지도에서 GPS로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탈로 진화하는 동안에

나는 그 거대한 흐름에 다시 휩싸이기 싫어서 아날로그를 고집하면서

그동안 셀폰이나 GPS 없이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 구석 구석을

큰 불편없이 잘 돌아다니면서 간단하게 살아 왔다.

여태까지 그런 기기가 없어도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과 만나면서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 가족과 내게

사람들은 스마트폰없이 어떻게 현대사회를 사는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과 말로

마치 나를 무슨 문둥병처럼 몹쓸 병에 걸린 사람취급을 하거나

외계인 취급을 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단체로 문자를 보낼 때도 스마트폰이 없는 내겐 따로 이멜을 보내거나

집에 달린 전화를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불평을 자주 하는 지인들도

처음엔 그냥 넘어가다가도

근래에 들어서는 심지어 구두쇠나 사회장애자로 왕따를 해도

나나 남편은 크게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잘 버텨 왔다.


그런데 어제 쇼핑몰에 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스마트폰을 별 생각없이 구입했다.

그리고 지인들, 학생, 부모님들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입력하면서

현대의 거대한 흐름에 나도 함께 떠밀려 가기로 했다.


편하고 빠른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있다고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특별히 좋아진다고 믿지 않기에

 가끔은 그 거대한 흐름에서 벗어나서

땅에 발을 굳게 디디고 서서 폰의 소음없이 조요히 관조하면서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