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식이 열린 매고니걸 박사님의 집 앞에서...
며칠 전에 2달만에 가진 첫 합창 연습에서
24년간 함께 소프라노 단원으로 합창단 이웃이자
사는 집도 가까운 도나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도나의 남편이신 라일 매고니걸(Lyle McGonigle) 박사는
30여년간 소아과 의사로 상태가 심한 어린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
우리 도시에서 10여년간 최고의 소아과 의사로 뽑히실 정도로실력도 좋으실 뿐 아니라,
환자들과 환자의 가족과 친척까지 챙겨주시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제 토요일에 4번째로 열리는 "Gathering" 행사에 오라는 것이었다.
워낙 합창 중 휴식 시간이 10-15분밖에 되지 않아서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지만
남편 라일이 그동안 돌 본 어린 환자들 중에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난
수많은 어린 영혼들을 위한 추모모임을 오는 토요일 11시에서 6시까지
도나의 집 정원과 드라이브웨이에서 가진다고 하면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가족들과 친척들과
함께 그 고통과 그리움을 나누면서 서서히 치유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모임이니
나의 가족사를 잘 아는 그녀답게
함께 와서 동참해 달라고 제의해서 기꺼이 남편과 함께 가겠노라고 약속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가려다가
아침부터 잔뜩 구름이 낀데다가 빗방울까지 오락가락해서 따뜻하게 껴 입고
우산까지 챙겨들고 12시쯤 도나의 집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차들이 길에 주차되어 있었다.
왼편에 아름다운 난 화분과 화사한 페투니아 화분으로 꾸며진
하얀테이블에 놓인 방명록에 서명과 추모하고 싶은 영혼의 이름을 쓰고, 이름을 쓴 명찰을 달고
집 앞 driveway에 천막을 친 곳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추모식 쪽으로 다가 갔다.
추모식을 위해서 도나네 집 driveway 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준비된 행사장소 앞쪽엔
난 화분과 추모할 어린이의 이름이 새겨진 초가 놓인 기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왼편에 준비된 스크린에는 알파벳 순서대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배경으로
어린이의 가족들이 나와서 간단하게 어린이가 생전에 어떤 아이였는지,
어떤 추억을 함께 나누었는지, 그리고 자식이 떠난 후 어떻게 지냈는지
다른 가족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뒷줄에 앉아서 자식들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님들의 이야기에
잊었다고 생각했던 거의 30년 전 우리 부부가 겪었던 아픔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18개월에 세상을 떠난 아기에 대해서 할머니가 회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딸과 복덩이 아들 둘 다 초미숙아로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서 몇달씩 생과 사를 오가는 생활을 하기도 했고,
두번의 늦은 유산을 겪었기에 자식들을 빠르게는 태어난지 며칠만에
늦게는 17살에 다양한 질병과, 선천적 장애와 사고로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남의 일같지 않았다.
10년 전에 쌍둥이 태어나서 하나는 지금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와 이 자리에 서서 먼저 간 쌍둥이 언니에 대해서 울먹거리며 추모했다.
왼편에 서 계신 분이 매고니걸 박사, 그리고 몇년 전에 파트너로 함께 일하는 차투르 박사가
10년이 지나도 목이 매여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두 모녀를 지켜 보고 계신다.
매고니걸 박사의 아내이자 합창단 친구인 도나가
두 모녀를 꼭 안아 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내 주고 있다.
알파벳 순서대로 어린이들의 이름이 호명되면 부모들이 나와서
우선 촛불에 불을 키고 잠시 세상을 떠난 자식들을 위해서 묵념을 한 후에...
비록 아파서 고통 속에 짧게 이 세상에서 살았지만,
7번째 자식중에 여섯번째 태어났다는 아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울고 웃으면서 엄마가 다른 부모들과 나누고 있다.
매고니걸 박사는 그저 어린 환자의 몸의 병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아니라
바쁜 여건 속에서도 환자의 가족들과 두려움과 슬픔, 분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운명하는 어린 환자의 마지막 길을 지켜 주시고,
장례식에도 참석해서 고통받는 마음까지도 치료하시는 훌륭한 의사이다.
불과 두달 전에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가 초에 불을 켜고...
아직도 슬픔에 젖어서 한마디의 말을 못하는 그녀를 안아주는 매고니걸 박사와
친정엄마가 대신 먼저 간 손자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셨다.
태어타기 전부터 중증 장애가 있다는 것을 테스트로 알고도
주위에서 인공유산을 권유해도 듣지않고 아이를 낳으신 두 부부가
태어나도 며칠 못살거라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1년 이상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15년 전에 저세상에 간 아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셨다.
17세에 자동차 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먼저 보낸 엄마..
다운 증후군의 아들의 짧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늘 웃고 긍정적이 성격으로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떠난 아들이 아직도 보고 싶다고 토로하는 엄마...
그녀는 다른 가족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야하는지도 조언을 해 주었다.
1시 즈음에 약 30분간의 휴식시간에
도나네 집 옆에 있는 자그마한 풀밭에 설치해 둔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식사와 음료수를 들면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행사를 위해서 도나는 다양한 음식을 입맛대로 주문한대로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어서
서브해 주는 트럭과 천막뒤에는 다양한 팬케익 트럭이 와서
따스하고 맛난 음식을 제공해 주어서 그녀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다.
추모식 장소 오른편에 화사한 꽃들로 장식된 그녀의 현관
그녀의 집과 정원은 깔끔하고 미니말리스틱한 일본 젠 스타일로 건축되었는데,
집 바로 뒤 언닥 아래는 사스카추언 강이 흘러서 전망이 아주 좋다.
연못과 정자가 있는 일본식 정원....
도나의 딸 케리도 첼로를 전공했는데,
큰딸의 첼로 선생님이 케리가 대학 재학중에 지도 교수여서
교수님이 연주회로 다른 도시로 가실 때면, 케리가 보조 선생님이 되어서
이 집에 와서 왼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레슨을 2년간 받기도 했다.
벌써 17년 전이네...
내가 주문한 리조토와 남편이 주문한 헴버거와 프라이즈...
이 행사를 위해서 도나네 옆집 주인이 그들의 앞마당을 빌려 주어서
넓은 마당에서 초빙된 마술사가 참석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집 앞에 캐나다 에스키모들이 즐겨 쌓아 올린 Inukshuk 를
집 앞에 설치했는데 그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식사를 하신다.
이눅슈크는 이누이트(에스키모인)들이 이정표로 자주 사용했는데,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이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염원을 담아서 하나씩 돌을 쌓기도 했다.
쉬는 시간동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서 사뭇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다시 추모식이 시작할 무렵에 멈추어서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세르비아에서 갓 이민와서 영어도 제대로 못할 때에
어린 딸이 많이 아파서 정성껏 치료도 해 주고
새로운 곳에서 아픈 아들때문에 두렵고 답답한 이들을 가족처럼 챙겨 주어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고
동유럽 엑센트가 섞인 영어로 이야기하는 엄마...
18개월동안 대리모역할을 어린 남자아기를 돌보아 주었던 젊은 foster mom 과 친정엄마...
친가족에게 돌아가서 얼마 되지 않아서 끔찍하게 살해되어서 세상을 떠난 아기가
너무도 그립고 불쌍하다고 울먹거리는 모녀...
건강하게 태어났다가 뇌종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서
촛불에 불을 부치는 가족들..
촛불이 놓인 테이블 오른편에는 추모식 내내 네명의 봉사자와 부모들이
함께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커다란 북을 쉬지않고 두드려 주었는데,
이는 심장박동을 연상케 해 주어서 곧 생명을 뜻하는 의미에서 북을 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앞에 놓은 기다란 테이블에는
어린 환자들에 관한 기사, 사진, 스크랩, 편지와
장례식 프로그램등을 모든 앨범들이 비치되어 있어서
짧은 생애동안 그들의 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3시간 운전을 해서 캘거리에서 3년째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달려 온다는 가족이 그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에
여러모로 그들을 위해서 도와준 매고니걸 박사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전하고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온단다.
약 2시간 반동안 이곳에서 머물다가 선약이 있어서
추모식이 반정도밖에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 부득이하게 중간에 자리를 떠야했다.
이렇게 함께 웃고 울면서 서로의 고통과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는 귀한 자리를 마련해 준
매고니걸 박사와 그의 아내 도나, 그리고 병원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의사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며칠 남지 않은 가을 저녁을 베란다에서 먹자고 우긴 막내딸 덕분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씨에 걸맞는 냄비우동을 끓이는 동안,
요즘 출하된 달고 단 햇옥수수를 바베큐에 구워서...
행복해 하는 막내...
그리고 내친 김에 오랜만에 뒷마당에 있는 fireplace 에서
모닥불을 피워두고 먹거리를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도 가슴이 따뜻했던 하루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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