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칼 나자레의 북쪽 해변 (Praia do Norte)
절벽 위 등대에서 내려다 본 폭도 넓고, 모래가 곱고
서퍼들의 메카로 불리운 북 해변
오래된 성과 함께 지어진 좁은 계단을 걸어서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 보았다.
쉴 새 없이 계속 밀려드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변
밀려드는 파도로 생겨난 동굴들...
유난히 바람이 세어서
오래되고 나지막한 층계 옆 벽을 두 손으로 꼭 부여잡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포르투칼 남부 대서양 해안 모습과 비슷한 붉은 퇴적암 바위들이
이 나자레 해변에서도 만났다.
해변 자체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높은 파도와 바람, 그리고 고르지 않은 수심으로
수영이 금지된 지역이라서 그 넓디 넓은 해변에
우리 둘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입에서 Oh No!! 라는 소리가 크게 튀어 나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무런 경고도 없이
갑자기 층계의 흔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내려갔던 층계로 다시 올라와서...
앞에 보이는 절벽을 내려 가는 다른 루트를 찾기 시작했다.
이 척박한 모래와 돌만 있는 곳에도 푸른 선인장이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네...
이 넓은 모래 사장에 생물의 흔적은
오직 새가 다녀간 듯 새 발자국들만 새겨져 있다.
커다란 돌로 덮힌 절벽을 반쯤 내려가자, 위험구역이니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무시하게 생긴 낙서와 함께 경고를 하고 있다.
(그제서야, 왜 사람들의 흔적이 전혀 없는지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저 해변에 내 발자국을 남겨 놓고 가리라는 계획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이 사진을 찍고, 아래로 몇 발자국을 떼어 보았다.
그런데, 포기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올라와서 아쉬운 맘을 달래며 북쪽 해변을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박았다.
그리고 걸어서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가 덮힌 곳으로 올라오는데,
바닷가와 달리 38도의 뜨거운 뙤약빛이 사정없이 내려 쬔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파도가 높은 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는
아치 사이로 걸어서 나자레 성모님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다시 걸어 올라갔다.
바스코 다 가마가 순탄한 항해를 위해서 나자레 성모님께 기도를 드리고
인도로 가는 항해를 시작한 것을 기념한 기념비 앞에서...
그리고 광장 아래로 이어지는 나자레 동네 구경을 잠시 하면서...
왼편엔 말끔하게 새로 수리한 듯한 건물,
그리고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포르투칼 타일과 정교한 목재로 꾸며진 건물,
그리고 오른편엔 긴 세월과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소박한 건물이
21세기에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여전히 보기좋게 공존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언덕이라서 어디도 평평한 곳이 없는 경사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구석 구석 다 타일로 마무리되어 있었고,
비록 건물은 낡았지만, 지저분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갈스러 보이기까지 해서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 나지막하고 자그마한 집은 주인이 팔려고 내 놓았는지
"for sale" 이라고 적혀 있다.
그냥 걷기엔 너무 덥고 배도 슬슬 고파와서,
일단 편하게 푸니쿨라를 타고 나자레 중심가로 내려갔다.
자그마한 집 대문이 너무 맘에 든다.
해변가로 죽 들어 선 식당가들과 숙소들...
그리고 그 뒷편에 주민들이 사는 평범한 골목
포르투칼 수제 공예품을 파는 가게에 하얀 벽은 낡았지만,
오리지날이라는 타일의 모습은 여전한 걸 보니
처음에 건물을 지을 때가 경비와 시간이 들어도 제대로 지어 놓으면
건물이 쉽게 상하는 바닷가라도 수백년동안 끄떡 없을 것 같다.
그 오래된 건물 타일을 배경으로 디스플레이 된 수제 타일들...
현재 수리중인 오래된 건물
이 건물도 현대적으로 변신 중이지만
옛 타일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서쪽으로 지는 늦은 오후에 해수욕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이 해변은 수도인 리스본과 그리 멀지 않기도 하고,
해변도 최상의 수준인데다가, 경비도 많이 들지 않아서
가족들이 자주 찾는 해변이라고 한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다들 지참하고 온 보드타기에 신나하고 있다.
시티우 절벽을 배경으로 담고 싶어서 셔터를 눌렀는데,
험상굿게 생긴 건장한 아저씨가 의도치 않고 잡혀서 움찔~
다행히 그냥 웃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다시 절벽을 줌으로 땡겨서..
넓은 모래사장에서는 모래성 쌓는 것은 여기서도 필수!
한 어린 소년이 멀리서부터 멋지게 파도를 타고 들어 온다.
너무도 뜨거운 모래에 발을 데지 않으려면
이 보드워크로 위로 걸어야 한다.
곳곳에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어서
해변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이 보인다.
해변가에서 담배를 즐기는 분들을 위해서 마련된 특별한 재떨이가 참 인상적이다.
유럽에서는 특히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을 감안하면
그들을 배려해 주기도 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곳곳에 색깔별로 분리수거도 할 수 있는 모습에
경제적으로 그리 부유해 보이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고 정치적으로나 교통으로도 변두리이지만
자잘구리한 면까지 챙기는 모습에서 주민들의 수준이 엿보였다.
사막성 기후가 있는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다가
서너번 일사병으로 위험한 고비까지 넘긴 어처구니없는 전과가 있어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날때면 무조건 2-scoop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사 먹는 불문율이 우리에게 있기에 당연히 이곳에서
초콜렛과 망고 맛의 커다란 아이스크림 하나 해결하고...
호텔 주인이 추천한 동네 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3대가 함께 운영하는 이 식당은 마치 가정집에 초대되서 먹는 분위기였다.
우선 차게 식혀진 이 동네에서 생산된 비노 베르데('초록 와인')을 두병 주문해서
목을 축이고, 오늘 아침 바닷가에서 가져 왔다는 새우를 안주로 주문했다.
포르투칼이 여행하기에 참 좋은 이유는
일단 바다와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원없이 먹을 수 있었고,
약간 샴페인 맛이 나면서도 산뜻하고 가격은 더 착한(식당인데도 한병에 7-10 유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Vino Verde를 부담없이 아침부터 마실 수 있었고,
숙소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경비가 쌌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개발이 덜 된 탓인지
주민들의 순박하고 친절하고, 인심도 좋고, 그리고 위험지역도 별로 없고,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다시 찾아 가고 싶은 곳이다.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역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아주 신선한 야채와 치즈,
그리고 역시 가볍지만 특유의 향이 진한 올리브 오일과
역시 이 지역의 특산물인 새콤한 식초만 넣고 만든 샐러드를 그 다음으로...
이 지역에서 한때는 많이 잡히는 맛도 좋은 대구 구이
알렌테이쥬 그린 와인과 이름을 잊은 해물 요리 둘...
이 식당의 음식맛과 서비스가 맘에 들어서
찜해 두었던 식당을 건너 뛰고, 다음날 저녁에 또 식사를 하러 왔더니
동양인들의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바로 반색을 하면서 알아보고, 어제 주문했던 술과 안주를 바로
서비스로 내 주었다.
하루 종일 10시간 정도 걸어 다닌 탓에
주문한 음식과 와인을 깨끗히 먹어 치우고,
다시 밤의 해변을 찾아 나섰다.
밤 9시 35분의 나자레 해변과 시티우 절벽
낮보다 걷기에 시원해진 해변가 거리를 느긋하게 걸으면서...
점점 관광지로 변하지만, 한때는 조용한 어촌이었던 옛 모습도 남아 있다.
40분 정도 산책을 한 해변가 거리에 설치된 미니 축구장 위에
커다란 티비(자세히 보니 삼성 티비)에
UEFA EURO 축구대회의 준준결승전 경기에
독일과 이탈리아의 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승부차기로 독일이 6-5로 이긴 경기를 지켜 보고 있다.
2016년 UEFA 경기에 포르투칼팀이 우승을 했는데
24일간의 포르투칼 여행 내내, 어느 도시를 방문하든,
주민들과 함께 포르투칼팀을 응원하면서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보기도 하고,
우승을 할 때마다 열광하는 팬처럼 밤 늦게 거리로 뛰쳐 나가서
포르투칼인들과 함께 승리를 축하했다.
한적한 나자레의 밤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