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모습(Wiener Staatsoper)
다뉴브 강가의 아담하고 유서깊은 멜크에서
기차를 타고 19일 아침 10시 반에 38년만에 다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도착했다.
비엔나 기차역에서 일주일 교통권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서
예약한 호텔에 기대보다 쉽게 도착했다.
호텔이 위치한 장소는 오래된 구 비엔나 바로 외곽에 있는
새로 형성된 지역으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활발한 Mariahilfer 길 상에 위치해서
교통도 좋고, 동네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3대 가족이 경영하는 호텔이
깔끔하기도 하고, 아주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짐을 풀고,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라서 짧은 바지와 소매없는 얇은 웃 옷으로
간편하고 갈아 입고, 호텔을 나서서 걸어서 구 비엔나 시가지로 향했다.
12시 30분의 비엔나는 무척 더웠지만,
오랫만에 다시 찾은 비엔나 오페라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는 오페라 공연의 암표를 파는 암표상인들이 몰려 있어서
우선 오페라 건물만 보려고 찾아 간 우리에게 당일 공연되는 오페라 '토스카' 표를
팔려고 대 여섯명이 끈질기게 추근덕거렸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오페라 공연을 보려던 계획은 없었고,
다음날 오페라 가이드 투어를 할 예정이었는데
수 천 킬로미터를 날라서 비엔나까지 와서 유명한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페라 공연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암표상인을 믿지 못해서 일단 오페라 티켓 창구로 가서
표를 알아 보니 19일날 공연되는 '토스카' 공연은 몇달 전에 이미 매진이 되었고,
다음날 공연되는 '마탄의 사수(Der Freischuetz) 공연은
한장에 200 유로 표만 남았고,
21일에 공연되는 '로엔그린'은 한 술 더 떠서 350 유로 티켓만 남았다고 해서
크게 낙담을 했더니
직원이 그러면 단돈 4유로에 입석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로토에 당첨된 사람처럼 신이 나서 즉석에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비엔나의 또 하나의 상징인 성 스테판 대성당 구경에 나섰다.
오페라 하우스 옆에 위치한 알버티나 박물관
입석 티켓은 공연 당일 2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서
선착순으로 약 550명이 입석 티켓(Standing-Room tickets/Steplaetze)를
3 유로 혹은 4 유로를 내면 구입할 수 있다.
성 스테판 성당을 약 2시간 잘 구경하고 줄을 서기 위해서
오페라 하우스로 5시 10분 전에 일찌감치 도착하니
시간이 이른지, 우리 앞에 10명 정도만 서 있어서
입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편하게 관광을 하려고 짧은 반바지에 티 셔츠을 입은 우리의 복장으로는
입장을 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저지에 당황했다.
우리 생각으로는 일단 티켓을 받으면 오페라 시작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얼른 호텔로 가서 옷도 갈아입고, 저녁을 간단히 때운 다음에 다시 오려고 했는데
그들의 규칙으로는 남자는 긴바지 여자는 스커트를 입어야지만 티켓을 줄 수 있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걸어서 왕복 35분이 걸리는 호텔까지 뛰다시피 걸어서
저녁도 못 먹고 옷만 갈아 입고 더우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헐레벌떡 오페라 극장에 와서
6시가 다 되어서 다시 줄을 섰다.
두번째로 입석 티켓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서...
건물 안에 들어서니 오늘 프로그램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다음날일 6월 20일에 공연되는 '마탄의 사수' 포스터
(오늘 공연 후에 다리가 버티어 준다면
자주 공연되지 않은 이 오페라도 봐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해 본다.)
예전에 올렸던 오페 포스터들이 입석표를 파는 곳 벽에 가득 붙어 있다.
다행히 제일 표가 비싼 자리 바로 뒤에 서서 볼 수 있는 티켓을 사 들고
드디어 6시 12분에 극장 로비에 들어 섰다.
130년 전에 지어졌다가 2차 대전때에 파괴되어서 다시 재건축되었지만
예전처럼 역사와 전통이 엿 보이는 내부 모습
비록 입석이지만 300 유로 자리 바로 뒤라서 무대가 잘 보인다.
입석 자리에서 기분이 좋아서 찰칵~
미소도 잠시...
입석 자리에 이렇게 스카프를 매우 두고 자리 '찜'을 해 두고
공연 시간 전에 와인이나 음료수를 즐기곤 하는데,
자리를 찾아 보니 제일 인기좋은 이 입석들은 모두 찜을 해 둔 상태라서
남은 가운데 통로 계단에서 서서 봐야 했다.
청중들이 서서히 모여 들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들어 오면서 극장이 활기가 돈다.
일찍 줄을 서서 입석 앞자리를 꿰 찬 사람들...
스카프를 매 두고 나갔던 사람들도 속속히 들어와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느라, 갑자기 복잡해지고 어수선해진다.
오페라 공연 시작 직전에 지휘자님이 들어 오시자
입석 청중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게 자리 싸움도 하고...
그리고 7시 1분에 푸치니의 주옥같은 명작 토스카 1부가 시작되었다.
오페라 1부가 약 50분 만에 끝나고
주연을 맡은 주인공들이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1부가 끝나기도 전에 다리가 아픈지, 이미 10명 정도가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1부 후 휴식 시간 중에는 반 이상의 입석 관객들이 사라져서,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제일 앞 줄 자리 차지를 해 두고
나도 준비해 간 스카프를 둘러 놓고 저녁 요기라도 하려고
로비에 나가서 커다란 아이스크림과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들어왔다.
2부 공연 시작 직전에...
9시 경에 2부가 끝나고...
두번째 Intermission...
2부가 끝나고 보니 입석 관객들이 또 반으로 줄어 들어서
비록 다리는 피곤하지만, 널널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3부 시작...
9시 50분에 드디어 막을 내린 토스카 공연
비운의 히로인 토스카역을 맡은 캐서린이 앙코를 박수를 받고....
7분 정도 기립 박수를 치자 세번째로 나와서 청중들에게 답하는 연주자들...
영국에서 온 젊은 아가씨가 자청해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드물게 함께 찰칵~
공연이 끝나고...
비록 300 유로대신 4유로를 내고 3시간을 서서 오페라를 감상했지만,
당당하게 계단에 서서...
불이 환하게 켜진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 오는 길에 반 10시 넘어서 유일하게 열린
평소에 잘 가지 않은 맥도날드에 오랜만에 가서
치킨 랩으로 늦은 시간에 요기를 때우면서
여행의 묘미는 예정되지 않게 뜻밖의 좋은 경험을 하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일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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