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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Log/로키산맥

[카나나스키스 여행45]24시간 안에 세번 올라갔다 내려 온 피클자 호수 트레일-마지막편

by Helen of Troy 2018. 8. 31.


첫번째 등반 하산길


이미 한번 건너 와 봐서 조금은 덜 겁을 내고 돌산 길을 오르면서...

 

 



2번 호수를 지나서...


 


1번 호수로 가면서...

 



1번 호수를 마지막 눈도장을 찍고...


 


주로 떼를 지어 다니는 캐나다 구스 녀석인데

왠지 홀로 이 산 정상 호수에서 노닐고 있는 캐나다 구스


 


1번 호수를 지나고... 

 



 모두들 묵묵히 왔던 길을 오른다.




 



 



 저 바위를 넘으면...


 


 돌산을 끝나고, 다시 숲속 길로 이어진다.


 


 

 


 




 


 



 이곳까지 말을 타고 온 한 커플...

길이 너무 좁아서 말이 걷기에 위험한지

남자는 말을 몰고 걸어 올라 왔다.

   


더 이상 말이 오르기에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우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린 다음에 아래로 내려 간다고 한다.

 







 

 


 

 


 

 


 

 



 


 

 





출발한지 5시간 12분 만에 피클자 호수 트레일 첫번 등반을 무사히 잘 마쳤다.


 


시속 90 km 고속도로 40번을 건너서 주차장으로...


 


오후 5시 10분에 아름다운 트레일을 잘 다녀 왔다는 뿌듯함을 안고

차에 올랐다.

 


 



두번째 등반


 등산을 마치고 캐빈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저녁 준비를 하려고 보니 등반 내내 쓰던 썬글라스는 보이는데,

평소에 쓰는 안경이 보이지 않는다.온 식구가 나서서 샅샅히 뒤졌지만 결국 못 찾았다.

그래서 기억을 되살려 보니 내려 오다가 1번 호수를 지나서

백팩에서 물병을 꺼내다가 떨어뜨린 것 같은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잃어버린 안경은 심한 난시와 노안을 위해서 고가격으로 주고 맞춘 다촛점 안경인데,

      그 안경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일단은 어둡기 전에 찾아야겠다는 일념에

저녁 준비는 일단 막내딸에게 맡겨 두고,

남편과 나는 허겁기접 차를 몰고 다시 피클자 주차장으로 달려 갔다.


캐빈에서 차고 30분 걸려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7시 25분이 되어서인지

모든 차들이 떠나가고 텅 비어있다.

일단 주차장 게시판에 안경집에 들어 있는 안경을 찾는다는 종이를 붙인 후에

어둡기 전에 내려 와야 하기에 우리 둘은

이미 한번 700여 미터를 다섯시간동안 오르내리느라 피곤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전속력으로 산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낮에는 이 트레일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더러 보여서

곰 출현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아무도 없는 산행을 하려니

곰이 코너를 돌 때마다 튀어 나올것 같은 두려움을 참아가면서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젖먹은 힘을 다해서 정상으로 올라 갔다.




 


내 추측으로 안경을 떨어뜨린 지점까지 와도 안경의 흔적을 찾지 못해서

결국 위에 보이는 저 바위까지 땀을 흘리면서 올라 왔지만,

찾는 안경의 모습은 없고, 시간을 벌써 저녁 8시 4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낮에 이 곳까지 2시간이 걸려 올라온 거리를 1시간 20분 만에 올라 왔으니

내가 생각해도 참 빨리도 올라왔다.


조금만 더 가면 꼭 찾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정말 해 떨어지는 시간이

8시 55분인 것을 알기도 하고, 인터넷도 뜨지 않아서 셀폰도 연결이 되지 않고,

주위에 전깃불 하나 없어서 해만 지면, 주위가 칠흙같은 어두움이 덮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발을 돌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날이 빨리 어두워져서 중간쯤 내려오니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곰의 출현 가능성이 어둠과 함께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남편과 나는 주차장까지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르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뛰다시피 어둡고 좁고 험한 산길을 숨이 턱에 차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장까지 정신없이 내려갔다.


주차장이 저만치 보이는 곳까지 내려 오니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고,

고속도로를 건너서 차까지 가는데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후들거려서 

거의 기다시피 차에 올라타고 시간을 보니 밤 9시 35분이었다.

8 km 거리의 700 미터 산길을 2시간 10분 안에 달렸으니

한동안 나의 최고의 기록으로 남을 시간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저녁을 준비하려다 앞도 안 보고 달려와서

아직도 저녁도 못 먹은 상태였고,

마침 차 안에 있던 씨리얼을 먹은 것이 전부라서

갑자기 허기가 밀려와서, 캐빈에 돌아가자마자

주린 배를 채우자, 몸과 마음이 너무도 피곤했는지

바로 곯아 떨어졌다.



 



다음날 세번째 등반


다음날, 아침을 늦게 먹고, 세번째로 피클자 트레일로 왔다.

또 다시 같은 트레일을 가기 싫다는 막내딸은 차 안에서 가지고 간 책을 읽기로 하고,

남편, 아들과 함께 트레일에 올랐다.


올라 가면서 내려 오는 몇몇 등산객들에게 주차장 게시판에 붙여 둔

안경을 홋기 보았는지 물어 보았더니

고맙게도 다들 안 그래도 그 종이를 읽어서

눈여겨 보면서 걸었는데 보지 못했다고들 대답했다.




어제보다 내려 오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중간 지점부터는 아예 물어보지 않으면서

이 곳까지 오게 되었다.


 



 나의 부주의로 이렇게 험하고 힘든 곳으로 한번도 아니고

하루 사이에 세번씩이나 오게 하고,

그러면서 정작 계획했던 다른 트레일도 못 가서

못내 미안해서 피곤한 내색도 못했다.

 


 

이 돌길을 지나자, 한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이

씩씩하게 함께 걸어 올라와서 우선 꼬맹이에게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칭찬을 해 주기도 하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원래는 프랑스 출신인데, 얼마 전부터 캘거리에 살면서 친구 가족과 주말에 놀러 왔다고 하자,

우리는 잃어버린 안경 때문에 여기까지 세번을 오게 되었다고 사연을 이야기 하자마자,

갑자기 흥분해서 큰소리로 그녀의 친구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바로 위 나무 아래서 앉아서 딸들과 함께 간식을 먹고 있던 그녀의 친구가

 'We have it! We have it!" 라고 말하면서 문제의 발단인 안경을 치켜 들고 와서

우리에게 건내 주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우리를 껴안고 다들 기뻐 해 주었다.

 

이들 일행은 주차장 게시판에서 안경을 찾는다는 종이를 보고 트레일로 입구에 가니

누군가가 안경을 이미 찾아서 입구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안경을 보고

거기에 내버려 두는 것 보다는 근처에 있는 방문객 Information center 에

나중에 가져다 주려고 일단 안경을 가져 왔다가

트레일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우리와 마주쳐서

우연히 시작된 인사와 대화로 기적적으로 안경을 건네 받게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안경을 찾아들고

내려 오는 길은

몸은 피곤했지만,

맘은 깃털처럼 가벼워져서

룰루랄라 즐겁게 내려 왔다.




 

 전날 저녁에 트레일에서 떨어뜨린 안경을 찾기 위해서 두번째 등반 시작 전에

주차장 게시판에 안경을 찾는다는 글이 적힌 종이를 붙여 두었다.

 


 부랴 부랴 경황없이 캐빈에서 약 45 Km 떨어진 이 곳을 오다 보니

필기도구도 챙기지 않아서,

다행히 차에 굴러다니던 종이와, 펜, 그리고 반창고가 있어서

임시방편으로 갈겨 써서 게시판에 붙여 두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찾을 확률이 거의 희박하다는 것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맘으로...

 


안경을 찾는다는 종이를 떼어 내고,

역시 차에 굴러 다니는 봉투 하나를 발견해서

안경을 찾았다는 메시지를 써서 붙여 두고

 주차장을 떠났다.




나의 부주의로 소중한 안경을 로키의 험한 산길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놀라운 사건이다.


우선 세번씩이나 왕복 10 km가 되는 험한 산길을

아무 군소리나 불평없이 선뜻 함께 다녀 온 남편과 아들이 옆에 있었고,

두번째로는 게시판에 잘 보이지도 않게 쓰인 종이쪽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써서 찾으려는 노력과

그렇게 해서 찾은 안경을주인에게 돌려주려는 따스한 마음이 깔려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 60살이 되어서도

24시간 안에 거의 30 Km를 기록적인 스피드로 트레일을

오르내리게 해 준 나의 튼튼한 두 다리와 심장이 뒷받침이 되어  주어서

이런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그저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