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눈이 내린 뒷마당에서...
오늘 새벽부터 첫 눈이 내려서
동장군에게 가을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배신감부터 들었지만
첫 눈이 주는 신비함과 경이로움 때문에
첫 눈을 온 몸으로 느껴 보고 싶어서
아직 겨울 옷과 부츠 그리고 장갑도 꺼내놓을 틈이 없다 보니
옷장에 걸려있는 얇은 옷 몇 겹을 껴 입고
눈이 휘날리는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한창 앞마당에서 화사하게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던 글라디오러스가
무거운 눈에 축 늘어져 있지만
정열적인 붉은 꽃이 하얀 눈 사이에 더 선명해 보인다.
희고 고은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해 보이는 앞마당 나무들...
10월 말까지 뒷마당에서 제일 오래 환하게 피는 꽃도
탐스런 눈으로 덮혔지만 잿빛 하늘을 향해서 환하게 웃고 있다.
뒷마당 한 구석에 4-5일 전부터 노란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하더니
너무도 일찌기 하얀 솜사탕으로 새단장을 한 꽃나무...
집 뒤에 있는 호수와 숲에도 철 이르게 내린 눈이
이제 막 단풍 때때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 나무와 풀밭에 소복하게 쌓였다.
여름, 가을 겨울이 공존하는 집 뒤 풍경...
Dust Of Snow by Robert Frost The way a crow Shook down on me The dust of snow From a hemlock tree Has given my heart A change of mood And saved some part Of a day I had rued. |
눈싸라기 로버트 프로스트 까마귀 한마리가 소나무에 쌓인 한글번역: Nancy Helen Kim© |
한글번역은 잠시 두었다가 내립니다.
여름 내내 큼직하고 탐스러운 꽃송이로
눈을 즐겁게 해 준 고마운 수국도 솜사탕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첫 눈이니만큼 배신감과 서운함에 눈을 흘기다가도
두 팔을 벌리고 반갑게 맞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