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로 새 옷으로 갈아 입은 복덩이 아들의 오래된 이불
4월이 되면 만 31살이 되는 복덩이 아들과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오래된 이불이 우리집에 있다.
이 이불은 아들이 어렸을 때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
아들은 어디를 가나 이 이불을 늘 질질 끌고 다녔던 것으로
너무도 헤어져서 버리고 새 것으로 사 주겠다고
달래기도 하고 어름짱도 놓았지만,
막무가내로 이 이불에 집착이 심했다.
그래서 다들 편하게 새 이불을 사는 것은 그냥 포기하고,
이불이 헤어질 때마다 수선을 거듭해서
복덩이 아들과 장장 31년을 같이 해 온 이불이다.
6년 전에 아홉번째 새 천으로 갈아 입었던 이불 가장자리가...
헤어진 모습
복덩이 아들이 이불을 수선해 달라고 작년 11월부터 졸랐지만,
바쁜 연말과, 두번의 공연,
그리고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 오느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주말에 드디어 반짓고리와 새 천을 꺼내서 이불 수선을 해 주었다.
이 천은 1년 반 전에 베게덮개와 침대 sheet를 만들기 위해서
IKEA에서 50% 세일에 주고 샀다가 남은 순면 소재로
새 이불 호청으로 사용했다.
일단 겉면을 서로 맞대어서 안쪽에서 박음질을 하고...
6년 전과 같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늘을 놀리는 작업을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멍 때리기' 혹은 무념/무아 상태가 되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의 평화가 찾아 온다.
그리고 두 세시간 손 바느질을 하면서,
복덩이 아들이 어릴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 시간에 너무도 어렵고 힘들었던 장면들이 절로 영화 장면처럼 스쳐가기도 한다.
아직도 뇌리에 또렷이 각인된 것은
말을 못하는 아들이 이 이불을 부여 잡고
소리를 크게 치거나, 그저 목이 터져라 몇 시간씩 울던 모습이다.
그럴 때마다 부모인 우리는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서
그저 안스럽게 토닥거려 줄 수밖에 없어서 우리도 아들과 같이 서럽게 울기만 했다.
하지만, 망각이라는 큰 선물이 있기에
대부분의 가슴 아팠던 일들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희미해 졌고,
이제는 다시 그 때를 되돌아 보아도,
예전과 달리 편안하게 회상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아 간다는 것을 느껴진다.
그리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할 뿐 아니라,
쉴 새없이 움직이는 손놀림 중에서도
어느덧, 예전처럼 하루 하루를 넘기느라 감히 생각도 못했던,
복덩이 아들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는 여유와 함께
그런 미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도를 반복해서 바치기도 해서
손 바느질하는 시간이 어느때보다 고맙고 소중하게 다가 왔다.
주머니처럼 겉 호청을 만든 후, 헤진 이불을 그 안 에 넣고
마무리되지 않은 한 면을 마무리했다.
열한번째 새 옷을 갈아 입을 때까지
여전히 복덩이 아들 옆에서 함께 해 주길 바라면서
복덩이 아들의 오래된 이불 수선을 마쳤다.
참고로, 6년 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오랜만에 다시 끄집어 내서 올려 봅니다.
9번째 새 옷으로 단장한 복덩이 아들의 아기이불
2014년 3월 30일
봄이 느껴지는 천으로 새로 단장한 복덩이 아들의 아기 이불
자폐장애가 있는 복덩이 아들과 함께 지난 24년의 긴 세월을 함께 해 온 이불은
아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보물 1호에 해당한다.
아들이 태어나자 두개의 아기 이불이 선물로 들어왔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는 번갈아서 자주 세탁을 하다 보니
이불 하나는 너무도 낡아 버려서 수선이 거의 불가능해져서
약 8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들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몰래 버려서 한동안 아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 적이 있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잦은 세탁으로 일년에 한번 꼴로
새로운 천으로 이불 호청처럼 이불 커버를 만들어 주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3-4년만마다 새로운 겉옷을 입혀 주었다.
그러다가 4일 전에 아들의 빨래를 하면서,
침대 위 벼개 옆에 항상 있는 아들의 오래된 이 이불도 함께 세탁을 한 후에
세탁기에서 꺼내 보니, 호청 안의 이불자체는 완전 누더기 수준이 되었고,
겉옷도 반복된 세탁과 사용으로 천이 하늘하늘한 상태였다.
이미 몇달 전에 수선을 해야 할 상태였지만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쉽지않은 아들이기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 상태까지 오게 되고 말았다.
이불의 원래 겉 천도 역시 낡아서 속의 솜까지도 누더기 수준이다.
제대로 닳고 삭아서 하늘하늘해진 여덟번째 천으로 사용된 천
아들에게 새로운 천으로 수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설명해 주니
어렸을 때는 잠시라도 이불과 떨어지기 싫어해서 학교에 간 사이에 얼른 바느질을 할 때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아들도 바로 수긍을 하고 새로운 옷으로 입혀 달라고 미안한듯이 부탁까지 해서
느긋하게 각종 천을 모아 둔 작은 방에 가서 적합한 천부터 찾아 보았다.
1년 전에 IKEA 에서 66% 세일을 해서 특별하게 무엇을 만들 계획은 없었지만
촉감도 좋고, 산뜻한 색상도 맘에 들고, 질좋은 톡톡한 순면이라는 점이 맘에 들었고,
홈 인테리어 용으로 다양한 용도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20미터를 구입을 해 둔 천이 눈에 들어 왔다.
작년 추수감사절 식사와 파티를 할 때에 이 천으로 테이블 보와 place mat 를 만들어서
상에 올렸더니, 오신 손님들이 맘에 들어하셨던 이 천을 새로운 겉옷으로 결정을 했다.
몇달동안 박스에 넣어서 고이 모셔 둔 재봉틀을 꺼내기가 귀찮아서
아예 처음부터 순전히 손 바느질로 이불 겉옷을 준비해서
너덜해진 이불을 안에 넣고, 이불을 집어 넣은 부분을 시친 다음에
이불과 겉옷이 겉돌지 않게 가로로 두번 대각선으로 누벼서
세시간 만에 9번째 이불 새단장을 쌈박하게 마무리 했다.
19개월 된 복덩이 아들이 어디를 가던지
늘 이불을 질질 끌고 다니던 이불이다. (현재까지...)
태어난지 22개월 즈음에 필라델피아 대학병원에서 자폐진단을 받은 복덩이 아들에게는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너무도 두렵고, 감당하기에 벅차기만 했다.
온갖 소리, 다양한 냄새와 맛, 감당하기에 힘든 여러가지 감촉과 감각,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 모양과 맛, 냄새, 혀에 닿는 온도등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음식등등....
거기다가 만 다섯살 반에 말문이 터질 때까지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해서
그저 감정과 생각의 표현을 고함과 괴성 그리고 던지고, 부수고, 넘어뜨리고, 물어뜯고,
같은 동작을 쉬지않고 반복하면서
이 세상과 힘들고 외롭게 소통을 하던 복덩이 아들에게
이 이불은 늘 아들 옆에서 위안과 안식, safety & comfort
그리고 피신처 역할을 충실히 해 준 고맙기 그지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그런 사연이 있는 이 소중한 이불의 새로운 겉옷을 만들 때마다
정성을 다해서 바늘과 실로 한 땀씩 꿰매다 보니
아들을 비롯해서 온 식구가 말로 표현하기에 힘들었던 시절이 머리에 스쳐간다.
수시로 눈 앞에 닥쳐 오는 크고 작은 많은고개를 하나씩 함께 넘다보니
어느덧 어엿한 인정받는 직장인으로 거듭나서
아들에겐 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하던 사회의 일원으로
작게나마 기여를 할 수 있게 성장해 주어서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오랫만에 세시간을 손 바느질을 했더니
검지손가락마디가 뻐근하고, 손끝이 아려도
고마움과 뿌듯함으로 그 아픔을 쉽게 달랠 수 있었다.
10번째 새 옷을 입을 때까지 복덩이 아들과 이제가지 그래 왔듯이
늘 함께 해 주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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