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열한 번째 새 옷으로 갈아입은 복덩이 아들의 애착 담요/Security Blanket
자폐 장애가 있는 우리 복덩이 아들과
35년간 함께 한 특별한 이불이 있다.
소리, 냄새, 터치/touch에 민감해서
그야말로 온 사방이 두려운 상황 속에 갇힌 아들에겐
이 이불은 아들이 거의 만 5살 반이 될 때까지
말을 못 해서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을 때에
어디를 가도 함께 한 파트너이자 피신처였다.
해진 이불
말을 시작한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아주 민감한 아들에겐
이 이불이야말로 그런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해 준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이다.
2020년 3월 3일에 열 번째 새 옷으로 갈아입은 이불
지금도 잘 때에 이 이불을 덮고 자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를 볼 때에
이불을 어깨에 걸치고 앉아 있을 정도로
복덩이 아들에겐 두려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에
편하고 기댈 수 있는 security/안식처이다.
복덩이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너덜너덜해진 이불
이렇게 늘 함께 하기도 하고, 세탁도 자주 하다 보니
어릴 때는 2년에 한 번 꼴로,
20대 후부터는 4년에 한 번 꼴로 해진 이불을 수선해야 했다.
여덟 번째 갈아입은 옷이 하늘하늘거릴 정도로 닳았다
변화를 극도로 싫어해서
복덩이 아들이 어렸을 때는 이렇게 이불이 해져도
새 천으로 기워줄 틈도 내어 주지 않다가
다행히도 커 가면서 말끔하게 새 옷을 입게 기다려 주었다.
얼마 전부터는 이불이 헤어지면
자신이 먼저 내게 수선을 해 달라고 요청까지 해 줘서
느긋하게 시간 나는 대로 손으로 바느질해서
열한 번째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나도 가끔은 사는 것이 힘들면
이런 이불 하나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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