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horage Bay/앵커리지 해변
바닷물이 빠져 나간 썰물 시간을 이용해서 갯벌을 통해서
지름길로 예정시간인 3시 반보다 거의 한시간 빨리 목적지인
앵커리지 해변에 도착하니 시원한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원래 계획은 12 km 되는 트래킹 코스가 끝나는 3시 반 배를 타기로 예약을 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생긴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앵커리지 해변 주위 구경에 나섰다.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잘도 자라는 나무들이 신기하다.
밀물 시기에는 물에 잠기는지 바위에 조개껍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평소엔 물에 잠겨서 구경하기 힘든 곳인만큼 왠지 신이 나서 구경하게 된다.
해변에서 바다로 50-60미터를 걸어 들어가도 수위가 무릎을 넘지 않는다.
물이 빠진 해변에 크고 작은 동굴이 있어서
호기심많은 나에겐 아주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해 준다.
어두워서 좀 음산했지만,
모래는 너무도 곱고 보드러워서 자연 지압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다.
이렇게 시간을 잊고 동굴 끝까지 갔다나 물이 밀려서 갇히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해 보고...
오랜만에 surf board를 타는 사람도 있네...
아직 다음 뱃시간까지 1시간이 남아서
해변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오후 2시가 넘자 양지에는 기온이 너무도 높고,
모래도 맨발로 걷기엔 너무도 뜨거워서, 화상을 입지 않으려고
바닷가에 가까운 축축한 곳을 골라서 걸어서...
부리가 길고 빨간 한 바닷새가 바위에 붙어있는 조개 속을
긴 부리로 잘도 꺼내 먹고 있어서 신기해서 지켜 보았다.
해안을 따라서 느긋하게 바다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카야크가 최상인 것 같다.
기회가 닿으면, 다음엔 꼭 카야크 투어를 예약해서
해안 구석구석을 구경도 하고,
보고 싶은 해변이 나오면 잠시 멈추었다가, 산으로도 올라가 보면서
느긋하게 트래킹과 카야킹을 두루두루 해 보고 싶다.
카누도 역시 해안을 따라서 태스만 국립공원 해안을 골고루 보기에 좋을 것 같다.
타 보지는 못해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카야크 앞에서...
앵커리지 해안의 끄트머리
오른쪽을 돌아가 보니, 썰물 시기에 바다쪽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흐르고
그 옆에서 한 소년이 열심이 모래성을 쌓고 있다.
밀물 시에 사용하는 다리 위에 서서...
캠핑 장비를 제대로 등에 매고 가는 한 가족이 해안을 걸어 가고 있다.
이렇게 침낭과 다양한 도구까지 준비해서 트래킹을 하면,
에이블 태스만 국립공원에 설치된 오두막/hut에서 자면서,
약 3일이면 전 코스를 제대로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인기가 아주 높은만큼, 최소한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에 제일 더운 때에 해변을 걷다보니,
햇볕이 너무도 뜨거워서, 그늘이 있는 좋은 명당자리는 이미 임자가 있고,
우리는 겨우 걸터앉을 수 있는 그늘을 찾아서 잠시 쉬었다.
그래도 더위를 식히는데는 물 속을 걷는 일이 최고!
이렇게 고운 모래와, 맑은 바닷물이 있는 곳이라면야..
이 뜨거운 땡빛 아래서 책을 읽는 이 여인이 읽은 책이 과연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하다.
이 끊이지 않은 나의 호기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예정시간보다 5분 늦게 배가 도착했다.
배에서 내릴 때에 빈 좌석이 있다면 예약 시간보다 빠른 배에 탈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하지만 워낙 썰물 덕분에 빨리 트래킹을 끝낸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혹시 자리가 없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기달리던 모든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어서
앵커리지 해변을 뒤로 하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앵커리지 해변
잠시 다른 해변에 정박해서 세명의 손님을 태우고...
드디어 목적지인 카이테리테리 해변이 눈에 들어 온다.
예정보다 한시간 반 빨리 끝낸 트래킹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산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울창한 숲에서
멋진 트래킹을 무사히 잘 마치고 숙소가 있는 넬슨으로 일찌감치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