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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바늘과 실과 함께

주인을 잘못 만난 불쌍한 손/슬기로운 집콕생활 8

by Helen of Troy 2020. 4. 21.



작년 10월부터 나의 오른팔 팔꿈치에 생긴 '테니스 엘보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적어도 6개월간은 오른팔을 될 수있으면 쓰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고,

실제로 많이 아프기도 해서, 2월 말까지 의도적으로 오른팔을 쓰는 것을 그동안 자제해 왔다.


그런데 곧 끝날 것 같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정부해서 발생한

lock-down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집콕 생활이 점점 길어지면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던 불쌍한 내 손은 다시 전보다 더 바빠지게 되었다.



집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마스크



뉴질랜드에서 6월 말까지 강의를 하기로 한 남편이 역시 코로나 사태로 불안한 시국이라서

캐나다로 뜨는 마지막 비행기편을 타고 급작스럽게 3월 말에 캐나다 집으로 온 남편이

2주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외출을 해야 할 때에 쓰고 나갈 마스크를

약국이나 수퍼마켓,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

반짓고리를 꺼내서 일단 마스크 하나를 손바느질을 해서 후딱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집에 전에 넉넉하게 사 둔 천이 있었지만,

필요한 고무줄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무엇으로 대체를 할까 뒤적거리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명절에 선사할 선물을 포장하기 위해서 산 테이프가 생각이 나서

급한 나머지 꿩보다 닭이라고 장식용 테이프를 사용해서 일단 두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써 본 남편이 편하기도 하고 보기도 좋다고 몇 개 더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이왕 앞으로 계속 더 필요할 것 같기도 해서 하루에 두 세개씩 심심풀이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쟁여 둔 재봉틀을 꺼내 쓰면, 편하다는 것은 잘 아는데도

왠지 테이블에 넓게 정식으로 벌려 놓기는 내키지 않아서

그냥 늘 만만한 손바느질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장을 보러 서너번 외출을 할 때마다 마스크에 사용할 고무줄을 찾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 고무줄도 사재기를 해 갔는지,

필요한 고무밴드를 살 수가 없어서, 아예 포기를 하고 테이프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대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오래 전에 할로윈 의상을 만드려고 사 두었던

1.8 미터 길이의 고무줄을 발견했는데, 너무나 반가워서 바로 마스크 제작에 투입했다.

그런데 그냥 사용하기엔 폭이 넓기도 하고, 보다 더 많은 마스크에 부치려고

고무줄을 가위로 반으로 갈라서 마스크에 착용했다.




포장용 테이프에서 고무줄로 전환된 마스크


이렇게 쉬엄쉬엄 만든 마스크는 우리 가족만 아니라,

산책을 하다가 오랫만에 만난 이웃들에게 하나씩 건내 주었더니

너무들 좋아해 주셔서, 

남편을 위해서 만든 마스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 이웃에 사는 막내의 절친 생일에 직접 구워서 만든 미니 케이크와 쿠키를 담은 틴 박스 위에

립스틱과 손바느질로 만든 마스크를 올려서 직접 전달해 주기도 했다.


후에 립스틱보다 마스크가 훨씬 반갑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베푸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Moreover... 


새로 배달된 털실로 뜨게질도 틈틈히 하고...




딱 떨어진 우유를 사러 가까이 있는 수퍼에 걸어서 갔는데

배추가 비싼 값에 나왔지만, 싱싱해 보이기도 하고 쇼핑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서,

우유대신에 계획에도 없던 포기크기가 꽤 큰 배추 4포기를 낑낑대고 사 들고 들어와서...




배추 김치도 담고...




다음날, 한국마트에서 무 세일을 한다고 지인이 친절하게도 카토크를 보내서

차를 몰고 가서 사재기 수준으로 무를 잔뜩 사 들고 와서...


 


넉넉하게 커다란 병 4개를 채울만큼 '헬렌표 곰탕집 깍두기'를 뚝딱 만들었다.




갓 구운 빵에 아주 약하다 보니,

즐겨 가는 빵집에 가지 못하는 대신, 

다른 것을 제쳐두고, 일주일에 한 두번씩 빵을 굽기도 한다.




복덩이 아들 생일을 위해서 케이크도 만들었고,




 하나로 좀 밋밋해서 복덩이의 간식용으로 오트밀 쿠키도...



 




매일 2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도 하는 내 못난 손




45분씩 연습하는 클라리넷과 함께...





그저께부터 기온이 갑자기 올라서 낮기온이 영상 15도가 되자

5개월 이상 계속 이어진 설국에서 하루 아침에 봄날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반가운 나머지, 6개월 이상 방치되었던 텃밭의 흙을 남편이 뒤집어 주자,

정원 창고에 저장해 두었던 퇴비를 꺼내서 나는 흙과 잘 혼합해서

씨를 뿌릴 채비를 시작했다.



봄이 되었으니, 원래 못나고 투박한 내 손은 이제 손톱에 흙까지 끼어서

지저분하고 거칠어질 것 같아서

주인을 잘 못 만나서 평생 억수로 고생하는 내 손이 

내가 봐도 짠하다.


손을 빡빡 오랫동안 자주 씻다보니 더 거칠어진 불쌍한 내 손에

이제부터 열심히 로션이라도 발라 줘서 보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