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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75점의 행복/슬기로운 집콕생활15

by Helen of Troy 2020. 5. 7.



자전거를 타고 코로나로 폐쇄된 놀이터에서 잠시 쉬면서...

2020년 5월 6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콕생활을 한지 

이제 만 8주가 되었다.

따라서 생각지도 않게 덤으로 자유시간이 생겼다.


일인 3역을 하느라 늘 바쁜 일상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널널하게 생긴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습, 그리고 운동하는데에 할애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 2시간 20분-3시간을 운동하는데에 투자해서

1만5천보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50km 를 매일 달려서

코로나 전보다 훨씬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가 좋으면,

우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분도 좋아지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상태가 되기도 했다.




연두색의 이파리가 달리기 시작한 나무가 있는 집 뒤 산책길에서...

2020년 5월 3일 



그리고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습도 최소 하루에 3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많은 곡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10대에 한창 피아노를 공부할 때에 서너시간을 연습했던 때와

사뭇 달라서 연습하는 시간이 아주 기대 이상으로 행복해졌다.


예전에 연습할 때에는 주로 등급시험, 오디션 

혹은 연주회를 위해서 연습을 하다보니, 

완벽하게 곡을 소화하기 위해서 

대여섯 곡을 평균 1년간 완벽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했었다.

이렇게 하루에 몇시간씩 매일 같은 파트를 무한 반복하다보니

연습을 하는 내 자신은 물론 애꿎은 가족 모두가 지겨워했다.

지금도 당시에 연습하던 곡을 들으면, 모두들 손사레를 친다.


그런데 요즘은 우선 브람스,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등

파워풀하고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한 대작을 오랫동안 연습하기 보다는

내가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곡들 위주로 해서

누군가에게 들려 주거나, 평가를 받는 목적이 아니라

내 자신만을 위한 연습을 하게 되면서, 

연습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아울러 예전의 잣대에 맞추어서 고도의 완성도에 집착하기 보다는

75%, 즉 A가 아니라, B 급에 만족을 하기로 했더니,

예전엔 불과 일년에 대여섯곡만 배운 것에 비교해서

지난 8주간 벌써 12곡의 연습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는 4개의 새로운 곡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새로 도전하는 레파토리는 바하 평균율 2번 f 단조 Prelude & Fugue,

슈베르트의 Gb 장조 즉흥곡, 영국 조곡 G 단조 Prelude & Allemande,

그리고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골라 보았다.





내 눈에 맞는 새로운 75점의 잣대에 맞춘다면

이 4곡 역시 4-6주 안에  배울 것같은 예감이 들면서

부담감 대신에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행복감은 95% 이상 얻을 것 같다.


대부분의 캐나다 초등학교 성적표는 (E)xcellent or Very Good

(S)atisfactory or Good, (A)dequate or Acceptable 로 표기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E'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만족/Satisfactory 을 택하니

삶의 만족까지도 얻게 되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러모로 불이익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를 기회로 삼아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