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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줌/Zoom 이 일상이 된 요즘...

by Helen of Troy 2020. 6. 17.

3개월 전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당연시 여기면서 살았던 평범한 일상과 삶에 형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 사람과의 만남이 전면 금지하는 Lock-down 상태에 놓여서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는 처음 접해 본 큰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동과 모임을 금지하는 Lock-down 이 3월 중순에 시행되면서

제일 먼저 학교부터 문을 닫았고,

매일 출퇴근하던 직장 대신에, 재택근무를 하거나,

일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임시 휴직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종교 집회도 금지되어서, 미사나 예배는 물론,

교회에서 열리는 결혼식, 장례식 등 인간사에 중요한 예식마저 사라졌다.

위중한 병이 아니면, 큰 병원을 찾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몇 개월 전에 예약된 진료는 전화 진료로 대체되거나 취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금니의 신경치료(Root-canal)를 해야 하는데도

치과를 방문할 수 없어서 항생제와 진통제에 의지하면서

치과진료가 허용된 5월 14일까지 5주간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학생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졸업식과 파티는 생략되었고,

졸업 즈음에 졸업 예정자들이 반드시 거치는 취업 인터뷰도 없어져서

취업의 기회도 공중에 떠 버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부문은 

무대에 펼쳐지는 음악공연, 연극과 뮤지컬 공연과 영화 상영이 전부 취소된 것,

어디에 있던 늘 찾는 박물관, 갤러리와 도서관마저 다 문을 닫은 것과

9살 때부터 50여 년간 활동하던 합창단, 그리고 성가 봉사, 오르개니스트 봉사마저 중단되어서

내 삶에 큰 활력소와 성취감을 안겨주던 소중한 인생 파트너를 잃은 듯

허전하고 우울해서 집콕생활 초반엔 너무도 허전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이렇게 불시에 지구촌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강제적인 집콕 생활이 4개월째 접어들게 되자,

자연적으로 새로운 Norm(삶의 규범이나 기준)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중 제일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Zoom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화된 점이다.

 

Lock-down 이 시작되면서 제일 먼저 학교 수업이 Zoom으로 대체되었고,

그리고 재택근무로 직장의 회의도, Presentation도

컴퓨터, 랩탑, 셀폰 앞에 앉아서 스크린을 보면서 어색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우리 가족 경우에도, 다행히 막내까지 대학교를 졸업해서 수업은 받지 않지만,

6월까지 뉴질랜드에서 강의를 하기로 한 남편은 캐나다 집에 앉아서

뉴질랜드에 사는 학생들에게 Zoom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큰 딸은 4개월째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6주 동안 집에서 쉬다가 다시 출근한 막내 역시 행동의 규제가 많은 불편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부분적으로 외출이 허용된 5월 14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학생의 반은 소독과 청결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예전처럼 레슨을 하고,

나머지 반은 역시 Zoom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두 방법 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들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가면서, 무난하게 수업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Zoom을 사용해서 노트북 앞에서 함께 성가 연습을 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사태 후 매주 일요일 미사와, 주중 미사가 온라인으로 그동안 이루어지다가,

에드먼턴 교구는 6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를 두고, 청결과 소독을 철저하게 하는 조건으로

일부 미사가 허용된다는 발표를 했다.

Lock-down 전에 이미 성당에 배치된 성가 책들을 다 회수해 갔는데,

조건부로 재개된 미사 중에는 입을 벌리고 불러야 하는 성가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았다.

 

이런 발표가 나기 며칠 전에, 주교좌성당 성가대장이

비록 성당 안에서 전처럼 성가를 당장 부를 수는 없지만,

언제라도 이 규제가 풀릴 경우를 대비해서, Zoom을 사용해서

성가 연습을 일단 시도해 보자는 연락을 보내와서,

오랫동안 성가를 부르지 않아서 안 그래도 무기력하던 차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교구 역사상 처음으로 부활절 미사 집전이 생략된 후,

6월 2일 저녁 7시에 18명이 따로지만 함께 모여 앉아서 오랜만에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의, 강의 그리고 수업과는 달리, 합창은 아무래도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면,

시간의 delay 가 생긴다는 것은 미리 예상은 했지만,

정작 지휘자의 지시대로 아무리 잘 불러도, 기술적으로 시간차의 문제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피아노 반주와 각 파트에 한 사람의 마이크만 켜 두고,

나머지는 mute로 세트 해서 따라 부르는 형태로 2시간에 걸쳐서 

생애 처음으로 실로 이상하고, 불편한 성가 연습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격리된 삶을 살면서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그나마 Zoom 이라는 현대의 대단하고 유익한 인터넷 테크놀로지 덕분에 

삐걱거리긴 해도 예전의 일상을 흉내라도 내면서 유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처음보다 편하고 즐겁게 성가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고약한 코로나 바이러스 걱정 없이, Zoom의 도움 없이

예전처럼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아서 교감을 함께 나누면서

아름다운 화음으로 이루어진 성가를 부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