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고 험난한 타르미건 트레일 (2018년 8월 15일)
3주째 타고 있는 산불로 연기가 자욱한 하늘,
뾰족해서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롭고 험난한 돌산,
그리고 워낙 3,000미터에 가까운 고도라서
한여름에도 남은 잔설이 멋진 조화를 보여준다.
춥고 척박해서 폴 한 포기도 자라지 않은 삭막한 트레일 구간이다.
이 구간은 경사도 가파르고, 흙이나 풀, 그리고 나무도 없는 곳이라서
자칫 잘 못하면 어이없게 미끄러질 수 있는 곳이어서
집중해서 한 발자국씩 내디뎌야 하는데
워낙 겁이 많고 걱정도 많은 복덩이 아들 녀석이
궁시렁거리면서도 아빠 뒤를 바짝 쫓아 올라간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유일하게 놓인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가쁜 숨을 고르는 부자.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위로 오르는 것을 거부한 아들을
이곳에 남겨두고 우리 부부는 계속 위로...
바위에 앉아서 기다리던 아들
유일한 등산 장비인 지팡이로 균형을 잡고 올라가는 남편
올라온 구간의 모습
그저 튼실한 두 다리만 믿고 거의 정상에 다 올라와서 뿌듯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부려 본다.
그리고 정상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의 끝에 올라와서 나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해 본다.
드디어 하산~~
그런데 하산하는 일은 중력으로 인해서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렵고
발에 차이는 돌이 그냥 어이없이 미끄러져서
올라올 때보다 10배의 집중력을 요했다.
무게의 중심을 될 수 있는 한 아래로 두어야 해서 주저 앉듯한 자세로 엉거주춤 내려와야 했다.
사진을 찍는 곳을 좋아하는 나도 이 구간만큼은 내려가는 데에 집중을 하느라
카메라가 목에 두르기보다는 가방에 넣고 내려가곤 하지만
그래도 5-6장은 담아 보았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아들과 합류해서 다시 조심조심 아래로...
잠시 위로 올라가는 길이 그래도 덜 미끄러져서 차라리 편했다.
이 가파르고 구르는 돌로 하산이 어려운 구간에서
복덩이 아들은 드디어 큰 소리로 우리가 아무리 감언이설로 달래고 윽박질러도
앞으로 살아 있는 동안 절대로 이 트레일로 오지 않겠노라고
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내려갔다.
그래도 나는 미리 내려와서
겁이 많아서 아주 아주 천천히 내려오는 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았다.
아!!! 이제는 든든한 흙으로 된 길에 올라 서니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다.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생겨난 폭포의 소리가 척박한 산에서 참 듣기가 좋다.
험난한 코스를 또 한 번 올랐다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
만년설이 녹아서 생겨난 시냇물 덕분에 산동네에서 서식하는 많은 동물에게 신선한 물을 제공해 준다.
편편한 상석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막내도 여기서 합세해서...
트레일 하산길에 올랐다.
타르미건 트레일의 만년설로 둥글게 움푹 패인 산 정상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황량하지만 나름 독특한 멋이 있는 이 돌산과도 작별하고...
졸졸 흐르는 물 덕분에 이끼와 풀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넓은 초원이 있는 트레일은
왠지 생명감이 전해져서 몸을 피로감을 덜어준다.
눈이 녹아내린 물이라서 더위를 시킬 겸 생각 없이 물에 손을 담그면 놀랄 정도로 물이 차다.
아담한 폭포 위에 선 막내
같은 곳에서 또 한 번 두 팔을 펼치고 시그니처 포즈를 취해 보는 헬렌
돌산 앞에서 높은 절벽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서 찰칵~
절벽 맞은편에 있는 벤치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쉬는 남편과 아들
하산 길에 전망이 좋고 그늘이 있어서 늘 이곳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 고마운 벤치이다.
벤치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
절벽과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
마침내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해발 2,206 미터에 위치한 이 고속도로를 건너야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시속 100 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지만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이 지역에 사는 야생동물들이 자추 출현해서
서행을 해야 할 때가 간간히 있어서, 건너는 데에 안전하다.
특히 이 지점에 이 산양/moutain goats들이 선호하는
소금을 먹기 위해서 산양 가족들이 유유하게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길 위를 핧고 있는 모습을 흔하다.
주차장 옆의 야생화들의 군락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후
다시 차를 몰고 어퍼(상류방향)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향했다.
조금 전에 다녀 온 타르미건과 달리 호수 주위를 따라 있는 트레일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트레일 입구에서 찰칵~
이 호수도 역시 매캐한 연기로 덮여서 산의 실루엣만 보인다.
좁은 트레일에서 본 빽빽한 소나무들
역시 근처에 있는 롭슨 산 정장에 있는 만년설이 녹아서 흐르는 강과 폭포가 있는 구간
더위를 가시게 하는 차가운 얼음 물줄기로 주위가 10도 정도 온도가 낮다.
폭포물이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고즈넉한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는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연기가 너무 매캐해서 트레일의 1/4에 해당한 7 km만 걷고 다시 돌아왔더니 하늘이 아까보다 더 뿌옇고
늘 피크 시즌인 8월인데도 한산한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같은 장소에서 맑게 개인 어퍼 카나나스키스의 평소 모습과 큰 대조를 보인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에메랄드 호수, 웅장한 로키 그리고 하얀 만년설을
한참 동안 응시하는 남편과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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