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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Log/로키산맥

[카나나스키스 여행58]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보낸 둘째 날

by Helen of Troy 2024. 8. 15.

 

8월 7일 아침의 로워 카나나스키스 호수/Lower Kananaskis Lake

 

로키 산맥은 워낙 험난하기도 하고,

지형도 다양하고, 규모도 엄청 거대해서

날씨가 시시각각 자주 바뀐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별안간에 돌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날그날의 계획도 미리 준비한다 해도

순전히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좌우된다.

 

카나나스키스에서 둘째 날의 일기예보는 주로 흐리고

오후엔 소나기 예보가 있어서,

각자 편한 대로 느긋하게 보내기로 합의를 보았다.

 

아침을 풀코스로 느긋하게 든 후,

우리가 살면서 당연시 여기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TV, ,컴퓨터가 없는 인터넷 청정구역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책 읽기, 보드게임하기, 산책하기, 자전거 타기, 뜨개질하기나

그냥 멍 때리는 일이다.

 

남편, 큰 딸과 복덩이 아들은 산장에서 책 읽기를 하고,

나와 막내는 산장 근처 카나나스키스 컨트리에 있는

약 50 km의 포장된 산책로 위로 자전거 타기로 하고 산장을 나섰다.

 

기온이 아침보다 조금 풀려서 10도로 올랐다.

 

 

아침에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져 내려서 길이 젖었지만

일단 비가 그치기도 했고,

비가 내린 후 나는 특유의 숲 냄새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렇게 축축하게 젖은 로키의 숲길을 한 시간 동안 달리다가

낮 12시경에 돌아와서,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가지고 온 책도 읽고, 뜨개질을 하는 동안

두 딸이 준비한 점심을 1시에 둘러앉아서 함께 먹었다.

예전엔 음식은 순전히 내 담당이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성장해서, 공평하게 알아서 해 주니,

나는 절로 자유시간이 많아진 것이 달라졌다.

 

 

일기예보와 달리 날이 조금씩 개어서

1시 30분경에 온 가족이 늘 즐겨서 찾는 코스로 

설렁설렁 산책에 나섰다.

 

 

늘 잠시 쉬어가는 테이블에 앉아서...

 

 

트래킹 중간에 위치한 말 호수/Marl Lake에서...

 

 

이 호수도 예전보다 엄청 수위가 낮아져서, 거의 늪처럼 보였다.

이 호수 주위로 있는 Trail은 평평하기도 하고, 1.8 km 거리라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주로 찾던 곳인데

이젠 너무 시시해져서 기념사진만 찍고 지나치는 곳이 되었다.

 

등산로에서 제일 경사도 가파른 데다가 커브길이이서 

자전거 사고다발 구역을

오늘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티격태격하는 부녀

 

 

사이좋게 조용히 걷는 남매

 

 

다시 뭉쳐서...

 

 

약 1시간 반동안 조용하지만

좋은 기가 넘치는 싱그러운 로키 숲길을 함께 걸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산장 옆 터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동안

나는 다시 자전거를 잡아 타고, 

Elkwood 캠핑장 쪽으로 달려갔다.

주중이기도 하고, 1 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해서인지

원체 캠퍼들로 꽉 찬 캠핑장의 반은 비어 있다.

 

한 가족에게 할당된 널찍한 캠핑장

테이블과 화덕과 수도, 전기가 제공된다.

 

늘 위험한 야생동물들과 맞닥뜨릴 수 있는 지역이라서

산장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호젓한 곳은 혼자 가기엔 위험부담이 커서

산장 근처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다닌다.

 

 

내친김에 산장에서 좀 호젓하지만 경치가 좋은 등산로로 달려갔다.

 

 

예전에 곰이 심심치 않게 출현하는 곳이라서 맘 한 구석이 두렵기는 해도

가끔씩 만나는 다른 사이클리스트나 등산 친구들이 있어서 맘이 놓였다.

 

 

산장에 돌아오니, 두 딸은 카드 게임을 하고,

남편과 아들은 책을 읽고 있다가

오랜만에 모두 카드게임을 함께 했다.

 

 

Elkwood Theater

 

두 번째 날 저녁은 집에서 양념해 간 불고기를

바비큐에 구워서 메인으로 배부르게 먹고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회에 걸쳐서

엘크웃 캠핑장 근처에 소재한 엘크웃 극장 무대에서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쇼를 보러 자전거를 타고 극장에 도착했다.

 

 

어려서부터 카나나스키스 가족 여행 중

복덩이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서

가족 모두가 아들을 위해서

늘 일부러 30분 일찍 가서 좋은 자리에 미리 가서 앉는다.

 

 

이 깊은 로키의 산속의 무대는, 로키산맥에 사는 야생 동물과 식물

그리고 환경과 생태계를 주제로 위트와 유머 넘치게

아이들에게 교육 차원과 홍보를 목적으로 쇼를 무대에 올린다.

 

 

수요일 저녁 쇼는 카나나스키스의 밤하늘과 개똥벌레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주립공원 직원 한 명이 혼자서 1시간 쇼를 하는 것이 벅차기도 하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관객들, 특히 어린이들을 카메오로 출연시켜서 재미를 더해 준다.

 

 

관객들 중 일찍 감치 도착한 어린이 관객들을 포섭(?)해서 

왼편부터 태양계의 혹성들로 출연하고 있다.

 

 

개똥벌레로 변신한 오늘의 배우 데이빗

 

 

요즘 '빛 공해'로 밤하늘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경고할 뿐 아니라

여전히 밤하늘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로키의 밤하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극장 주위에 캠핑을 온 가족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혹은 차를 타고 온

관객들이 8시 30분에 쇼가 끝나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늘 이 쇼를 보고,

칠흑같이 어두운 로키의 밤하늘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자연의 스케줄대로 돌아가는 로키의 산장에

일찍 잠이 든 가족을 밤 11시에 깨워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쌀쌀한 바깥으로 나갔더니

그야말로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에 걸맞게

평소에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는 그 아름다운 장관을 

도저히 담을 수 없지만,

가족이 함께 탄성을 지르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속에 담을 수 있어서

한동안 그 감동을 간직하는 행운을 얻어서 다행이었다.

 

오늘 집에 도착해서

밤하늘을 일부러 쳐다보니산불로 연기도 자욱한 데다가빛 공해로어정쩡한 밤하늘이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