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에다가 연말까지 겹쳐서
이래저래 분주한 12월 중순에 내 생일이 돌아온다.
크리스마스와 가까운 탓에, 어렸을 때는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잔한 것으로 두 번 받기보다는
좀 단가가 높은 것 하나로 퉁쳐서 받을 때가 많았다.
올해는 한 달 전부터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식구들이 보채듯이 물어봤지만,
별로 갖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고 얼버무렸더니
그냥 알아서 생일 아침에 라테 카피 한 잔과 함께
예쁘게 포장한 생일 선물을 안겨주었다.
막내가 선사한 책과
책을 보거나 뜨개질을 할 때에 편하게 목에 거는 램프
복덩이 아들은 뜨개질 패턴이 실린 뜨게질 잡지
맏딸이 선사한 스웨터와 화사한 생일카드
두 딸이 1주일 내내 여행지의 목적지나 정상에 다다르면
의례적으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나의 모습의
디지털 사진 파일에서 찾아내고, 프린트를 해서
엄마의 소중한 여행사진첩을 만들어 주었다.
남편은 두 달 전에 네덜란드 고흐 박물관에서 산
내가 아끼는 시계 배터리를 갈아 주다가
시계를 망가뜨리는 불상사가 생겼는데,
딴에 미안했는지 이번 생일에
좋은 시계를 하나 사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사주겠다는 시계가 제법 고가의 명품시계라서
끝까지 사양했더니, 뭘 사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막판에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을 급조해서 저녁 식사 중에 들었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대접받았다.
오후 4시부터 생일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막내
아페타이저로 만든 'Nuts & Bolts'
그리고 허머스 Dip과 프레츨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남매
맏딸은 오랫동안 다른 도시에서 대학과 직장을 다녀서
늘 애플 아이패드 상의 'Facetime'으로
내 생일을 리모트로 기념해서 늘 허전하고 짠했는데,
지난 8월부터 우리 동네로 직장을 얻어서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인 것이 제일 뿌듯하다.
생일상 앞에 앉아서
흐뭇하게 웃는 헬렌
생일 선물로 받은 Marcel Deiss 와인과 허머스로 첫 코스를 시작...
작은 잔에 소주를 따라서 함께 건배를 들고...
지난주에 에릭네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베이킹 파티에서
만든 것 중에서 제일 맛이 있어서
얻어온 레시피로 처음 만든
치즈/파/마늘 모찌가 상에 첫 선을 보였다.
두 번째 코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도 엄마가 좋아하는
브럿셀 스프라우츠/케일/사과/호두/크랜베리 살라드와
모찌를 곁들여서 먹으니 조합이 의외로 좋다.
메인 코스를 기다리면서...
채식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서 막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프랑스 요리 라따뚜이/ratatouille
어느 일류식당 못지않게 맛도 좋고,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준비해 준 막내를 위해서
건배~~
올해 생일 케이크로
맛이 깔끔하고, 달거나 부담되지 않으면서
입에 사르르 녹는 얼그레이 과일 케이크를 받고
행복해하는 헬렌...
가족의 생일이 되면
주인공이 원하는 음식 세 가지와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우리집 만의 관례대로
올해 내가 주문한
이 케이크 속에는 얼그레이 티 잎이
위에는 딸기, 블랙베리, 래스베리와
블루베리 잼과 럼/rum으로 마무리되어서
코와 눈 그리고 입이 모두 즐거운 케이크이다.
점점 생일이 반갑지만 않은 날로 다가오지만
이렇게 가족이 모두 합심해서
엄마를 챙겨주는 모습에
눈가에 늘어가는 자글자글한 주름과
백발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절로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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