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자 호수 트레일 정상에 위치한 첫 번째 호수
(2024년 8월 9일)
호숫가에 한 젊은이가 생뚱맞게 책을 읽고 있다.
호숫물이 얼마나 맑은지, 호수 아래가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지각을 움직이는 힘이 얼마나 큰지
산들이 종이장처럼 제 멋대로 휘어져 있다.
해발 2,500 미터의 정상에 오르니 강풍이 불어 닥치기도 하고
기온도 갑자기 떨어져서,
올라오면서 흘린 땀도 바로 식으면서, 한기가 덮쳐서
다들 벗었던 겉 옷을 다시 챙겨 입었다.
오늘도 사색에 잠긴 복덩이 아들
(오늘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 엄마)
푸른 하늘, 하얀 구름, 회색 로키산,
울창하고 푸른 숲, 옥빛 호수, 푸른 초원,
그리고 그 가운데에 행복한 헬렌
배경을 바꾸어서
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도
앉기에 알맞은 돌이 없어서 그냥 선 채로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간식을 먹었다.
이 아래에 있으면,
왠지 저 많은 돌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스쳐간다.
6년 전에 이곳은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기온도 낮고, 궂은 날씨가 이어져서인지
이 날은 거의 우리 가족이 전세 낸 듯 고즈넉하기만 하다.
저 앞에 보이는 길로 따라가면 2번 호수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피클자 호수 2, 3, 4번을 가려면
왕복 4 km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막내가 이미 두 번이나 가 본 곳이기도 하고
날도 너무 추우니, 그만 내려가자고 성화를 해서
이 기념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렸다.
대신에...
2018년 8월 산불로 연기가 자욱했던 날에
피클자 트레일 정상에 위치한 #2, 3, 4번 호수를 찾아갔던 모습으로
1번 호수를 지나서 2번 호수로 가는 길도 돌길로 이어져서 녹녹지 않았다.
다시 숲 속으로 이어지는 트레일로...
3분 정도 올라가 보니 2번 호수에서 1번 호수로 이어지는 개울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어서 힘차게 흘러 내려가고 있다.
폭포 위에 선 막내...
2번 호수 초입에 도달해서...
2번 호수에서 기념으로 찰칵~
(이 때는 동부에 사는 맏딸이 직장일로 합류를 못했다.)
2번 호수의 오른편 배경으로...
맏딸이 빠진 모녀 사진 1
바람이 잔잔해지면서 하늘과 산이 호수 거울에 비추인다.
신기하게도 산불로 생긴 연기로 흐릿하게 보이는 산들이
호수에 비친 모습이 오히려 더 선명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뿌연 배경 덕분에 더 푸르른 침엽수 나무들...
나무다리를 건너서 3번 호수로 가는 길에서...
시냇물을 건너서 약 10분을 걸어갔지만,
트레일의 흔적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다시 되돌아와서 지도를 다시 보고 반대편으로 발을 돌렸다.
3번 호수로 이어지는 돌산을 통과해서, 왼편으로 내려가 보니...
3번 호수의 모습이 앞에 시원하게 탁 펼쳐졌다.
부자 사진 2
뿌연 연기로 로키의 특유의 옥빛이 탁해 보이지만
웅장한 로키산을 병풍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3번 호수
'와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호숫가 길을 걸어갔다.
부자 사진 3 on Lakeshore #3
모녀 3 on Lakeshore #3
모녀 4
남매가 사이좋게 돌 위에 걸터앉아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으면서 쉬고 있다.
부자 4
로키 산맥은 지구의 거대한 두 개의 지각/plates가 서로 충돌하면서
거대한 로키산맥이 형성되었는데,
현재도 매년 몇 센티미터가 높아지고 있는 로키산맥은 산맥 중에서도
청장년기에 속해서 산꼭대기가 풍화 작용으로 닳아서 완만하지 않고,
밟으면 베일 것처럼 뾰족하고 날카롭다.
뒤에 보이는 산도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으로 양쪽에서 안쪽으로 밀려서
마치 아코디언처럼 거의 수직으로 주름이 잡혀 가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잿빛 하늘과 뿌연 연기로 험준한 산세가 드러나지 않은 해발 2,700 미터의 산들
4번 호수로 가는 길로 접어 들어서...
4번 호수 초입에서...
드디어 마지막 호수인 4번 호수에 다다랐다.
피클자 트레일 4번 호수
피클자 트레일 4번 호수
피클자 트레일 4번 호수
피클자 트레일 4번 호수
피클자 트레일 4번 호수 뒤의 날카로운 돌산
4번 호수에서 여러 갈래로 흘러 내려가는 개울을 건너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폭이 좁은 곳으로 다니다가
발길을 돌려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다시 피클자 3번 호수를 돌아서...
청명한 날에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3번 호수 끄트머리에 낚시를 즐기는 한 부자...
호수 초입에 붙어있는 무시무시한 경고표지
'연어는 잡을 수 있되
미끼를 사용할 수 없고,
만약 잡더라도 다시 물에 놓아주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는 시에는
벌금 $10만 불 달러를 내야 하고
앞으로 낚시할 권리를 잃어 벌릴 수 있다.'
한 마디로 꿈도 꾸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문이다.
다시 2024년 피클자 호수 트레일의 정상에 위치한
호수를 뒤로 하고 하산하면서...
내려왔던 이 길을 다시 올려다보면, 우선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
그 옆에 버티고 있는 가파른 돌산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트레일을 따라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발을 딛는 돌이 움직이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가야 하는 코스이다.
문득 이 코스를 통과하면서 과거에 추락사고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여기서 만약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십중팔구 심각한 수준일 것 같다.
바로 발아래 150여 미터가 넘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 나도 참...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가다 보니...
드디어 이 험한 코스의 끝에 다다라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부녀
늘 행동이 빠른 남매는 늘 뒤로 처지는 언니가
무사히 난이한 코스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바로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피클자의 독특한 돌산을 마지막으로 눈도장을 찍고...
아주 가파른 길을 두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남매
어렸을 때는 서로 참 많이도 싸웠던 남매가
이렇게 서로 아껴 주는 사이로 발전해서 그저 대견스럽다.
야생화의 대가(?)인 복덩이 아들이 막내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만 26세까지 매일 강행군하다시피 한 트래킹이 불만스러워서
목적지까지 계속 불평을 하면서 걷다가도
일단 돌아서면 신기하게도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내려가던 아들은
이제 어떠한 트레일을 가도 왕복길 내내 묵묵하게 걷는다.
야생화가 제일 많이 핀 구간
말라붙은 랜턴 시냇물가에서...
이처럼 경사가 가파른 곳에
과연 누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엄청 고맙기도 하다.
동물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한참 동안 지켜보는 복덩이 아들
내가 좋아하는 아스펜 숲길에서...
70도 이상의 가파른 곳에서
용케 뿌리를 박고 서식하는 아스펜 나무들이 오늘따라 대단해 보인다.
드디어 트래킹을 끝내고 주차장 쪽으로...
주차장에서 무사히 잘 내려온 기념으로
남은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EPILOGUE
그리고 산장에 돌아와서
인터넷도 없고 티브이나 컴퓨터도 없지만,
집을 떠나기 전에 스마트 폰에 다운로드를 해 온
넷플릭스 범죄 시리즈 프로그램을
옹기종기 모여서 쬐그만 화면으로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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