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트라파니 해변가
(2024년 5월 27일)
트라파니는 시실리 섬의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트라파니 주의 수도이며 인구는 약 7만 명으로
시실리의 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트라파니의 원래 이름은 Drepana/드라파나로
기원전 7세기에 이곳에 정착하고 지배한 그리스인들이
트라파니의 항구의 모습이 갈고리처럼 둥글게 튀어나와서
그리스어로 낫이라는 뜻의 '드레판'으로 명명한 데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260년에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가 이 지역을 장악해서
그들의 중요한 해군 기지로 사용하다가
기원전 241년에 트라파니에서 가까운 에가디 제도에서
발생한 제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하게 되면서
고대 로마에게 넘겨주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자, 동유럽의 반달족이 잠시 통치를 하다가
비잔틴(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9세기 초반까지 받았다.
827년에 다시 북아프리카 아랍족에게 지배를 받다가,
십자군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 중 하나인
1077년에 루지에로(로저) 1세 왕이 트라파니를 통치하게 되었다.
17세기부터 트라파니는 반란, 전염병과 기근 등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18세기에 어업과 무역, 그리고 나폴리 왕국의
해군 기지로 사용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이 도시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종전 후, 재빠르게 재건이 되었고,
주변에 역사적이고 볼 것이 많은 에리체, 세제스타와
에가디 제도 덕분에 관광산업이 아주 활발하다.
트라파니의 주요 산업은 어업과 통조림 산업이며,
산호, 천연 소금, 대리석과 마르살라 와인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아울러 지중해의 다수의 페리 보트의 주요한 항구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지중해의 항구 도시인 트라파니는 이탈리아의 본토보다
북아프리카의 튀지니아가 더 가까운 곳이 위치해서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시칠리아에서도
북아프리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으로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배인 곳이다.
Piazza Vittorio Emanuele II/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광장
트라파니 오래된 동네(Old Town: 왼편)와 항구(아래)
그리고 뉴타운(오른편)
팔레르모 공항에서 빌린 차를
트라파니의 시청과 경찰청, 기차역, 우체국이 들어서 있고
트라파니의 중심가에 위치한 넓다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광장(붉은 선)에 주차해 두었다.
하루 종일 주차해도 주차비가 고작 2유로밖에 하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트라파니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유태인 동네/Jewish quarter)에
잡은 숙소(파란 선)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로 편리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먹고,
2,5000여 년의 역사가 배인 트라파니 항구와
오래된 동네 구경에 나섰다.
위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트라파니 해안은
서쪽으로 길게 삐져나온 모습을 띈 아름답고 물이 아주 맑다.
시청 앞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해안이라서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편하게 해변에 갈 수 있다.
물도 맑고, 수심도 얕아서 해변에서 약 300 미터 거리까지
허리까지만 물이 올라와서 아이들도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는 해변이다.
해안을 끼고 넓게 소재한
'단테의 긴 해안길/룽고마레 단테 알리기에리/lungomare Dante Alighieri에 서서...
우리도 단테 해안길에서 바닷가로 내려갔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너무나 좋다.
Piazza Mercato del Pesce/수산시장 광장과 건물
해변가에 위치한 이 장소는
예전에 트라파니로 입성하는 펠리체 대문 바로 바깥에 위치해서
어부들이 막 잡아 올린 생선을 팔던 곳이었다.
아치와 포티코가 있는 이 아케이드 건물은 1874년에
탈로티/Talotti의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수산시장이 있는 광장(연두색 선)
이곳은 'Boceria/보체리아'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반대편에 도살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광장 가운데는 비너스 동상과 분수가 있는데,
이는 로마시대에 트라파니가 바로 옆 동네인 에리체의 항구였으며,
비너스 여신이 에리체의 어부들의 안전한 항해를
관장하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수산시장 바로 뒤의 바닷가에서...
그 아래 해변가에서 지중해 바다를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
해변 도시로 잘 알려진 근교의 체팔루보다 한산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변이다.
Rampart Walk/오래된 성벽(회색 선)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암석으로 덮인 해변가/Rampart Walk로 다시 내려가서...
개인 날에 지중해 바다 건너에 위치한 북아프리카 해안이 보인다고 해서
성벽 한 부분이 길게 튀어나온 곳에서
한참 동안 서쪽 바다를 바라보는 남편...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람을 피해서 쉬거나
부엌으로 사용한 듯한 움막이 끝에 있다.
Bastione Conca(회색 선)
Bastione Conca/콩카 요새
이 요새 자리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부터
적의 침법을 막기 위해서 여러 형태의 요새가 지어졌다.
현재 남은 콩카 요새는 1525년에 터키(오토만 제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지은 것으로,
암석과 돌로 이루어진 험한 해변 덕분에
적의 공격을 막기에 아주 적당하기도 하다.
그리고 갈고리처럼 지형이 툭 튀어나와서
보초병들이 트라파니 도시는 물론,
360도 파노라마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서
적의 공격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는 요지이다.
서쪽 끝으로 이어지는 해안길
해안 지형이 험해서 다시 거리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지중해 연안의 사막성 기후인 건조하고 더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 우리밖에 다니지 않았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즐비한 거리와 뜨거운 햇볕은
북 아프리카 해변이 배경인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케 한다.
궁전이 있는 광장도 고즈넉하기만 하다.
시칠리아에서 머무는 동안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너무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 시에스타를 즐겨서
조금만 늦어도 점심 식사를 못 하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서쪽 바다
트라파니 시내가 있는 동쪽 방향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니 성벽의 일부와 저 뒤에 리니 타워가 보인다.
천연적인 요새로 좋은 지점이다.
시칠리아 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Torre di Ligny/리니 타워(보라색 선)
리니 타워는 트라파니의 서쪽 해변에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서
클로드 라모랄에 지시로 1672년에 완공되었다.
타워 이름은 당시 총독이자, 리니의 왕자였던 라모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Torre di Ligny
타워 지붕엔 1862년까지 총들이 매치되었다가 방치되었는데,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비행기를 쏘아 내리는 총들이 다시 사용되기도 했다.
타워 뒤로 가 보니, 바람이 엄청 강해서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다.
그래도 뒤로 보니 시칠리아 섬의 서쪽 끄트머리가 저 멀리 보였다.
레일을 꼭 잡고 내 오른편으로 바라보니...
그리고 남서쪽으로 바라본 지중해 바다
Torre di Ligny
Piazza Garibaldi/가리발디 광장
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트라파니 페리 항구
이 페리 항구는 트라파니 근교에 위치한 에가디 제도, 파비아나 섬, 모치아 섬 등
그리고 북쪽에 위치한 사르디니아,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본토의 나폴리 등으로
가는 페리가 손님을 실어다 주는 바쁜 항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