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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노화 현상의 불편함(2)-임플랜트

by Helen of Troy 2025. 1. 22.

 

 

작년 5월 시칠리아 섬으로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아래 앞니가 아파서 늘 가던 치과를 찾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워낙 치아가 튼튼해서, 충치가 없어서 필링도 없고,

정기적으로 방문 때면 치석 제거 정도만 해 오던 터라

큰 걱정 없이 방문했는데,

아래쪽 앞니에 살짝 금이 가면서 결국 감염이 된 앞니의

Root-canal(신경치료) 치료를 여행 떠나기 전에 받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10일 전에 치료를 받았지만,

치과의사는 치료받은 치아의 위치와 잇몸 상황으로 미루어서

염증이 재발할 수 있고, 통증도 지속될 수 있으니

임플랜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해 주었다.

 

시칠리아 여행 중에 큰 불편함은 겪지 않았지만,

치료한 이가 계속 욱신욱신하게 아파서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7월에 이어진 한국 방문 중에

임플란트 수술이 상당히 발달되고,

값도 북미에 비해서 많이 저렴하다는 소문을 이미 들었기에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지인을 통해서 치과를 방문해서 일단 알아보았다.

하지만 수술과 준비와 회복 기간이 3-6개월이 걸린다는 말에 

깨끗이 포기하고 캐나다로 귀국했다.

 

다시 늘 가던 치고 의사로부터

임플랜트 전문 치과 의사를 소개받고

10월 초에 첫 진료를 받으면서,

임플랜트 이식 전 잇몸뼈 이식이 필요하고

이 과정 자체가 약 6개월이 소요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걸리는 시간도 기대 이상 길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도

고개를 끄떡거리며 덤덤하게 들었다.

그런데 치조골이 복원되는 몇 달 동안

denture/의치를 제작해서 착용해야 한다는 말에

머리를 무엇인가로 세게 맞은 듯 멍해졌다. 

 

내게 의치(틀이)는 오래전 임플란트 기술이 없을 당시

외할머니와 그리고 친정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모습이 먼저 떠오르고

특히 틀니를 관리하기 위해서 뺀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다르고, 갑자기 몇십 년은 늙어 보이는 모습이

지금도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의치로 인해서 스피치도 약간은 어눌했던 기억까지 나면서

이가 빠져서 합죽한 내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내가 정말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현실과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상담이 끝나고 어수선한 기분으로 간호사가 11월 중순에

발치 스케줄을 잡을 테니, 그 사이에 의치 준비를 하라는 말에

좋다고 수긍을 하고 예약을 하고 황망히 집에 돌아왔다.

예약 날짜를 달력에 옮기면서 11월/12월 내 스케줄을 보니,

우선 6회에 걸친 합창 공연부터, 대림절/크리스마스/새해 성가 봉사

그리고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이 빼곡하게 적힌 것을 보고 망설였다.

이 바쁜 시기에 굳이 임플랜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들면서

예약을 1월로 바꿔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새해를 넘기고,

1월 초에 의치 제작을 마치고,

그동안 미루고 피하고 싶었지만,

어제 20일에 임플랜트 치과를 찾아서

드디어 발치를 하고, 잇몸뼈 이식 시술도 받았다.

시술 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마취 덕분인지 별로 아프지도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임플랜트 시술은 보험으로 적용이 되지 않기에

거금(?)의 중도금을 내고 

발치 후 시술한 부분 관리에 필요한 약 처방전과 

After Care Do/Don't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받았다.

 

이미 간호사와 의사로부터 관리 방법을 자세하게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적힌 내용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가

Don't 리스트 2번에 크고 굵은 bold 폰트로

'시술한 부위를 보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말에

피식 웃음이 터지면서, 그동안 심란했던 마음이 단숨에 사라졌다.

수술실 안에서도, 의사분이 굳이

충혈되고 잇몸이 부은 상태의 입 안을 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왕왕 우울증만 유발할 수 있으니

한 1주일 동안 거울을 아예 보지 말라는 당부까지 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 들어올 때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치과 병원을 나갔다.

 

시술 이후, 노래하는 데 어떤 변화가 올지 몰라서

일단 솔로 성가 봉사와 합창단 연습은

3주간 못 한다고 통보를 해 두었고,

한동안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야 한다니,

저절로 다이어트는 간단히 해결하게 되었다.

 

대학교 다닐 때에 내 전공이 재료 공학 중

Biomedical Engineering이라서

제일 먼저 수업을 들었던 과가 치대였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implant에 관한 수업도 듣고

dental implant에 적합한 신소재 개발에 참여하다가

졸업 논문은 정형외과에서 결국 고관절 전치환술에 필요한

인조뼈와 관절 신소재에 관해서 발표했었다.

 

당시에 이미 100세 시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서 노화되고 망가진 장기나 세포를 대체하는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40여 년 전에 막 개발이 활발하게 시작된 임플랜트를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좀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돌아간다는 이치가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질병이나 노화로 망가진 인간의 장기들과, 세포들을 대체할

기술이나 부품, 의료기기의 눈부신 발달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높아진 현실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2023년 6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건강했던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헬렌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노화 현상이

불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위축이 되긴 해도,

그냥 손 놓고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예전과 달리

무엇인가 능동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고, 희망적이다.

 

다음엔 노화 현상으로 어떤 파트를 대체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임플랜트 시술이 무사히 잘 끝나서,

올여름에도 전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유럽의 어딘가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