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씩씩하게 암투병을 하시던
시어머님께서 84세에 나이로
10월 1일 새벽에
저 세상으로 멀리 떠나셨습니다.
갑자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집어타고 달려갔건만
평소 제일 이뻐하던 막내 아들을 못 보고 가셔서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으로
그렇게 가셨습니다.
추석 명절에도 불구하고
4일장 내내 서울만 아니라
멀리 타지에서 매일 많은 문상객들이 오셔서
함께 멀리 떠나시는 어머님을
배웅해 주시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 해 주셔서
매우 송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무척 고마웠습니다.
어머님은 살아 생전에
빼어난 미모에 늘씬한 키에
감칠나는 손맛을 자랑하는 요리솜씨에
헌신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베푸시기 좋아하시고
가련한 여인의 몸으로 집안을 다시 일으키시기도 한 여장부이기도 하시고
항상 친손자인 복뎅이 상균이를 걱정해 주시는 자상한 할머니이시고
어느 모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시는 재치꾼이시고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여러가지로 어리버리한 막내 며느리를
사랑으로 품어 주시던 분인것을
영안실에 오셔서 함께 슬퍼하시는 많은 문상객들의
발길에서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머님께 배울 것이 너무도 많이 남았는데....
멀리 산다고
내 삶이 바쁘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렇게 훌쩍 떠나가시니
너무도 속상하고 후회가 앞섭니다.
앞으로 누가 메주를 만들어서 우리집 간장과 된장 맛을 뽐낼지....
누가 매년 직접 시골에서 무공해로 키워서 빻은 햅고추가루를 보내서
우리집에 항상 준비 된 김치 맛을 자랑할지....
누가 신선한 멸치, 다시마, 새우, 홍합,북어, 황태, 대구포를 바리바리 싸서 보내서
우리집 시원하고 맛갈스런 국물 맛을 낼지...
앞으로 누가 한국물정에 어리버리한 며느리를 시장에 일일이 데리고 다니면서
차근차근 설명과 함께 에누리의 달인을 대신 해 줄지...
앞으로 누가 잊혀가고 있는 정통 개성식 음식을 제게 전수를 해 줄지....
누가 소설 토지보다 더 복잡하고 구구한 집안 내력을 좋은 기억력으로 구전을 해 줄지...
누구와 함께 깔깔거리면서 시댁의 남자들을 맘놓고 흉울 볼지....
이렇게 부족한 막내 며느리는 준비가 안 되었는데
홀연히 가셨습니다.
부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서
편히 하늘나라로 가시길.....
music:Arioso by J.S. Bach
played by Ofra Harnoy on cello
from helen's cd bin
'About me...Helen > 헬렌의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로윈데이 다음 날은 All Souls' Day..... (0) | 2009.11.04 |
---|---|
내일로 다가 온 할로윈 데이.... (0) | 2009.10.30 |
벌써 첫 눈이 내렸다! (0) | 2009.10.10 |
잠시 서울에.... (0) | 2009.09.30 |
귀한 선물 고맙습니다.. (0) | 2009.09.23 |
멀리서 귀한 선물이 도착했어요.... (0) | 2009.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