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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평소에 좀 잘 하지...

by Helen of Troy 2009. 11. 26.

 

저물어 가는 한해와 함께

불과 3개월 전인 9월 초에 개강한 대학교도 12월 초가 되면 종강이 되어서

1학기의 마지막 강의만 남겨 놓인 싯점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중 고등학교 때에 죽기 살기로 공부하다가 대학교에 가서 좀 페이스가 느슨해지는 반면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정작 대학교에 가서 고등학교 때의 페이스보다 몇배 가속이 될 뿐 아니라

특히 professional faculties(의대, 약대, 공대, 법대)를 지망하려는 학생들에겐 한국의 고3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이 원하는 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같이 오지랖이 넓고 호기심이 많은 대학생은 학기 초반에 분위기에 휩쓸려서  파티 몇번 가고,

glee club를 포함해서 몇 몇개의 단체에 기웃거리면서 어영부영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어느날 아침에 코 앞에 닥친 종강과 함께 공포의 final exam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내 경험을 소개하면 내가 다니던 토론토 대학교 공대 1학년1학기 시험 후에

약 40%의 공대 1학년 학생들이 자진해서 다른과로 transfer  하거나 낙제를 하는 덕분에

내가 속해 있던 Engineering Science 클래스 두개가 하나로 합쳐지기도 했습니다.

시험점수가 55-60점 사이면 probation 감인데 그 다음 학기 시험에 6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공대에는 영영 다시 못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조항이 있어서 마음 약한 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고

문리대로 자진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 역시 평소에 꾸준하게 공부하는 습관이 아직 몸에 배지 않은 대학교 1학년 때에

그야말로 겨우 턱걸이로 2학기로 넘어 갔던 뼈아픈 기억을 발판으로 좋은 공부 습관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남편은 이맘 때가 되면

심기가 편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학기 초부터 매주 개인적으로 질문 사항이 있으면 도와 주는  office hours 별도로 정해져 있는데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시험을 코 앞에 둔 요즘  정해진 office hours는 물론이고

점심시간까지 남편 사무실이 많이 붐비고 바빠집니다.

게다가 시험에 관련 된 질문다운 질문이 아니라

야비하게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공식을 외워야 하는지 등의 일차원적인 질문에 시달리면 더 부아가 치민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4명의 학생들이 그랬듯이 매년 시험 때마다 온갖 동원 될 수 있는 이유를 들어서

정해진 시험 날짜에 시험을 못 보겠다는 학생들이 꼭 생겨서

번거롭게 시험 문제를 따로 또 출제를 해야 합니다.

20년 가까이 가르치면서 들어 본 시험 못 볼 이유들을 묶어서

은퇴 할 즈음에 책으로 펴 낼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4학년 학생이나, MBA 학생들 중에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관련해서

reference letter (추천서)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는 시기도 요즘입니다.

남편의 성격은 공부하는 사람답게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별로 없고,

누가 뭐라해도 평소 소신대로  한결같이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학생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서류이기에

될 수 있으면  사실을 그래도 쓰되 부탁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방면으로 써 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부탁하는 학생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식으로

대충 그런 추천서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학생들이 부탁을 해 옵니다.

 

그런데 그저께 처럼 평소에 잘 기억도 안 나는 학생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서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메일로 툭 던지듯이 몇줄 글로 추천서를 부탁을 받아서

일단은 당황스럽고 슬슬 불쾌한 생각도 드는지 밥을 먹으면서 궁시렁거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약은 꾀로 시험을 잠시 미루거나,

평소에 안면몰수하고 살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 당당히 빚진것을 돌려 받듯이 요구를 하는 학생들의

다수가 한국사람을 포함해서 동양계 학생들인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비록 좀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정당한 길과 바른 방법으로 무슨 일을 하기 보다는

요령과 기회주의로 적당히 나만 편하게 새치기를 해 가면서 

세상 일을 해결하려는 이들을 보면 나까지 서글퍼집니다.

그렇게 해서 요행히 관문 하나를 통과 했다해도

그 후에 계속 이어지는 만만치않은 이 세상의 여러 관문들을 어떻게 통과할지 의문스럽습니다.

 

달랑 한장만 남긴 12월 달력에 참석해야 할 연말 모임과 각종 행사들을

빽빽하게 적어 넣으면서 왜 사람들은 11개월간 잠잠하다가

한 해의 끝자락에 밀린 것들 해치우듯이 몰아서 만나야 직성이 풀릴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달력에 표시된 날짜에 상관없이

늘 한결같이 a person of integrity가 되기를

오늘도 감히 소망해 보면서

한때 나의 우상이었던 Eva Cassidy의 노래 가사처럼(Ain't Doin' too bad)

올 한해도 과히 나쁘지 않게 살았노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어집니다.

 

 

 

                무슨 조화인지 아직도 우리 동네에서 뭉기적거리고 있는 Canada Geese, 2009년 11월 20일, 우리집 뒤에서

 

 

                                  같은 날 집안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제때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christmas cactus..

 

 

 

music: Ain't Doin' Too Bad

sung by Eva Cassidy

from helen's cd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