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유난히 길어서 잠시나마 온통 흰눈으로 덮여서 무채색의 분위기에서
바다와 태양 그리고 푸른 야자수의 풍경으로 기분 전환도 하고
오래된 친구도 만날 겸 Sunny California 로 피한여행을 잘 마치고 왔습니다.
명색이 sunny California라는 표현이 무색하리만큼 화씨 50-60도에
일년 통털어 두세번만 내린다는 폭우가 도착후부터 주말 내내 심한 바람을 동반하고 퍼부어서
눈부신 태양과 해변을 기대하던 우리는 배신감마저 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함께 한 따뜻하고 정겨운 시간을 가졌기에
이 고약한 날씨를 충분히 보상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서로 만난지 오랜 세월을 대변하듯이 얼굴에 주름도 늘고, 배도 나오고,
흰머리도 희끗희끗 늘고, 머리도 벗겨지고, 스타일도 망가졌어도
며칠 전에 헤어진 사람들처럼 바로 죽이 맞아서 이야기 꽃을 밤 새 피울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고맙기만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주로 머물었던 집 주인 역시 30년간 알고 지내던 지인인데
그 긴 세월동안 비록 자주 만나지 못해도 반갑게 우리 가족을 맞아 주고
떠날 때까지 미안 할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 주셔서 고맙기만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처음으로 눈부신 해가 등장해서
친구 주인 집 뒤로 확 트인 view가 있는 정원에서 보이는 LA 모습들..
바로 밑에는 멋진 골프장이 있고...
며칠 내내 비가 온 후라서 아직도 deck가 젖어 있다...
화초를 사랑하는 주인답게 넓은 deck 구석구석에 화분이 있고...
센스있게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거나 책을 볼 수 있는 이쁜 공간도.....
여기 앉아 있으면 멀리 LA 시내도 보이고 산타 모티카 해변도 보인다..
10월 초에 이미 낙엽이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긴 우리 동네와 달리 온통 푸르다..
여기 앉아서 모닝커피 맛은 유난히 좋기만...
이 벤치에 앉으면 아주 가깝게 있는 유명한 Getty Center가 보인다..
앙증맞은 의자 뒤에는 고추도 달려 있고, grapefruit, 오랜지가 달려있기도...
휴가 기간이 짧아서 하루에 겹치기로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두 친구들도 만나고,
우리 동네에서 오래 살다가 직장 일로 LA 로 이사 온 친구들도 만나서
서로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 받고 새해 소망도 나누면서 다시 우정을 돈독하는 것도 좋았고,
얼마 전에 우리동네에서 가까운 로키에서
인기 최고의 블로거이신 redfox님과 가진 감격적인 첫 만남이 너무도 짧아서 아쉬운 차에
Getty Center 에서 다시 만나서 그 때 못다한 얘기를 계속 할 수 있어서
또한 즐거웠습니다.
Getty Center 입구에서..
정문에 들어 서서...
입구에서 내려다 보면...
겨울철에 늦가을처럼 아직도 단풍이 달려 있다...
위치가 높아서 멀리 산 아래에 LA 시내가 훤히 보인다..
비는 멈추었지만 바람도 심하게 불고 비구름도 오락가락해서 변화 무쌍한 하늘...
개인적으로 소장 된 걸작품만큼 이 박물관의 건축미 또한 걸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곡선과 직선이 잘 어우러진 건물에 자연의 걸작품인 하늘과 구름이 함께 해서 더 멋지기만 하다.
이 박물관에 소장 되어있는 많은 작품들 중에
임의로 몇개만 우선.....
이 박물관에서 아마도 제일로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고호의 Irises, 1889 작 ...
모네의 Catheral in the Morning Light, 1894
Alma-Tadema 작의 Spring, 1894
좋아하는 작곡가 멘델스존의 조각...
Turner 작의 긴 제목의 그림인
Van Tromp, Going about to please His Masters, Ships a Sea, Getting a Good Wetting, 1844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보다 더 운치가 있어 보이는 초겨울의 Getty Center..
color spectrum 의 전체를 팔레트에 풀어 놓은 듯 아름다운 박물관 정원...
courtyard 에 있는 분수가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렘브란트와 그의 많은 제자 중에서 탁월한 제자들의 drawings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특이한 점은 같거나 비슷한 테마의 그림을 한편에는 렘브란트 작,
그리고 오른쪽에는 그의 제자의 그림을 함께 전시해서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점이다.
미술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역시 렘브란트의 그림들이 돋보였다.
그리고...
빨간 여우님과 함께
해가 나오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여우 언니...
그리고 구도와 배경이 멋져서
둘이서 장난삼아서...
목요일 새벽에 에드몬톤 공항의 기온이 영하 28도를 가르치고 있어서
공항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간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 염려를 했지만
다행히 차에 설치된 block heater (추운 날씨에 시동이 쉽게 걸리기 위해서 엔진 옆에 설치 해 놓은 히터)가
제대로 작동을 했는지 쉽게 시동은 걸렸다.
일정한 시간마다 다니는 셔틀 버스가 장기 주차장에 세워 둔 우리 차까지 데려다 줄 뿐 아니라
추운 설국의 셔틀 운전수답게 차가 시동이 걸리는지 꼭 확인을 한 다음에
차의 엔진이 달구어질 때까지 셔틀 버스 안에서 기다리게 해 주는 배려까지 해 주기에
덕분에 안전하고, 훈훈해진 차을 몰고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다음날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한마디씩 인사를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북극에서 불어 닥친 고기압으로 안그래도 추웠었는데
급기야 지난 월요일 기온이 영하 46도에 체감 온도가 영하 58도까지 내려가는 맹추위가 왔답니다.
12월 14일에 세계에서 제일 추운 날씨의 기록을 세울 정도의 추위를 너무도 잘 피해서
피한여행 한번 재대로 다녀 왔다고 부러운 듯이, 혹은 약간은 밸이 꼬인 투로 welcoming 인사를 대신합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친구들이 영상 15도가 춥다고, 비가 너무 온다고 투정하는 소리가
갑자기 생각이 나면서 푸하하 하고 한참 웃었습니다.
오늘 텅텅 빈 냉장고를 채울 겸 장을 보러 나갔는데
기온은 영하 3도였는데도 마치 춘삼월의 공기처럼 푸근하게만 느껴지니
참 세상사의 대부분이 절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 인간들이 과연 만물의 영장답게 영하 40도 에서부터 영상 40도를 웃도는 곳에서도
잘도 적응하면서 사는 대단한 존재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music: aspettami by pink martini
from helen's cd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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