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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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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정월 대보름날에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by Helen of Troy 2010. 2. 27.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고기는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채소와 과일은 무척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온갖 나물과 살라드를 좋아해서

거의 매일 같이 상에 한 두가지가 올라 온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이유를 만들어서 좋아하는 나물을 무쳐서 먹고는 하는데

마침 2월 28일이 정월 대보름이라는 걸 한국에서 보내 준 달력을 보고 며칠 전에 보고,

미리 물에 불려 두려고 차고와 냉동실을 뒤져서 여러가지 말린 나물을 주섬주섬 찾아 냈다.

 

고사리와 고비는 예전에 친정엄마가 살아 계실 때 몰래 온타리오 숲에서 뜯어서 말려서 보내 주셨고,

말린 호박은 지난 여름에 집 텃밭에서 많이 수확 해서 가을에 말려 둔 거고,

취나물은 재작년 봄에 자스퍼 국립 공원 가는 길에 우연히 쉬어 가다가 따서 말려 둔 거고,

가지 나물은 지난 가을에 푸르디 푸르고 하늘 아래 베란다에서 말려 두었고,

어린 민들레는 대모님께서 나이가 드셔서 무릎이 많이 불편한데도 굳이 따서 주신 거고,

씨래기는 작년 김장 담을 때 배추와 총각 무 청을 삶아서 얼려 둔 것들을

꺼내 놓고 보니 제법 양이 많아서 든든하기만 하다.

 

오곡밥은 왠지 성이 차지 않아서 pantry를 뒤져 보니  여러가지 곡식류가 눈에 띈다.

찹쌀, 검은 콩, kidney beans, pinto beans, lima beans, 팥, 수수, 찰조, 매조,

율무를 알맞게 섞은 후에  고슬하게 밥을 지어서, 탕국과, 얼마 전에 담은 동치미,

깻잎 장아찌, 고추 김치와 여러가지 나물을 조물조물 무쳐서 정월 보름날 기분을

제대로 내면서 푸짐히 먹었다. 

 

다양한 보름 음식을 들면서 재작년 여름에 담아서 작년 가을에 꺼내 먹기 시작한 조선 간장으로

무친 나물과 간을 맞춘 탕국이 더욱 감칠 맛을 내 주어서 혼자 먹기에 아까운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요즘 간편하지만 지방과 콜레스트롤, 방부제, 칼로리가 많아서

몸에 득보다 해로운 것이 많은  여러가지 인스턴트 음식을 비싸게 돈 주고 사 먹기 보다는

조금만 손을 놀리고 시간 투자를 해서

직접 집에서 담근 된장, 간장, 밑반찬, 나물, 김치 등등이야말로

요즘 메디아에서나 주위에서 늘 떠들어 대는 최고의 웰빙 음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것을 받아 들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내려온 전통과 지혜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리라...

(이럴 때 쓰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럴 때면 부족한 내 한글 실력이 여지없이 탄로가 난다 ㅠㅠ..)

 

 

 

열가지 종류의 grains (찹쌀, 흑미, 콩, 팥, 조, 수수, 율무) 으로 만든 오곡밥(아니 십곡밥?)과....

 

 시원하고 담백한 동치미 국물에..

 

 

여러가지 나물과..

 

작년 여름에 텃밭에서 수확한 깻잎으로 담군 깻잎 장아찌도 곁들이고..

 

매콤하고 앗싸리하고 아삭아삭한 꽈리고추 김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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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은  친정 엄마가 돌아 가신지 벌써 11주년이 되는 기일입니다.

조촐하게 식구끼리 가족 연미사를 드리면서

우리 곁을 너무 빨리 떠나신 엄마를 아직도 그리워 하면서,

작년 2월 10일, 정월 대보름 날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우리집에는 10년도 훨씬 넘은 고비나물과 고사리 나물이

아직도 냉동실에 보물단지처럼 소중하게 잘 보관 되어있다.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기도 해서

무슨 나물을 무칠까해서 냉동실과 차고에 있는

마른 나물들을 들추어 보다가 냉동실에 꼭꼭 쟁여 놓은

고비나물과 고사리나물을 꺼 내어 보니

십년도 넘게 조금씩 아껴가며 먹곤 하던 나물이

이제는 정말이지 조금밖에 남지 않아서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 나물들은 만 10년전 2월에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손수 뜯고, 삶아서, 말려서

나물을 유독히 좋아하는 큰딸인 내게 어디에 살고 있던지

매년 보내 주신것이기에 내게는 그냥 나물만이 아닌

무척이나 귀하고 소중하기만 한 유산이기도 하다.

 

나이 40을 갓 넘기고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우겨서

낯 설기만 캐나다에 올망종말한 애 넷을 데리고

이민을 오셔서 돌아 가실때까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곳에서 많은 고생을 하시다가

좀 편하게 쉬시면서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시지도 못하고

너무도 일찍 병으로 돌아가신 울 엄마가 보내주신 것들이다.

 

내가 중고등 학생 시절인 70년대에

봄이면 으례히 우리 식구는 다른 가족 두세집과 어울려서

공원에 풀 한포기를 뜯어도 불법인지라 시선을 피할 겸 

살고 있는 토론토에서 차로 한두 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는 곳에 가서

그냥 지천에 널려있는 나물을 뜯으러 가곤 했다.

 

 

 

봄이면 먼저 땅에서 솟아 오르는 연하디 연한 고비를 뜯어러 갔다가

3주쯤 후에 다시  통통한 고사리를 뜯어러

나물이 있는 숲으로 봄 소풍 가듯이 다녀 왔는데,

우리 네 형제는 한 사람당 할당량인 커다란 garbage bag으로

뜯은 나물로 가득 채워야 하기에

힘들고 지루한 이 나물뜯기에서

(거기다가 자연파손이라는 어마한 죄목으로 걸리기만 하면

거금의 벌금을 물어야하기에 가슴까지도 졸여야 한다)

우리 네형제는 어떻게 하면 벗어날 궁리만 하기도 했다.

 

더 큰 고역은 큰 백으로 몇개나 되는 나물을 삶는 일인데

처음에는 일일히 큰 냄비 네개에다 물을 끓여서 삶아 내어서

볕이 좋은 베란다나 마당에 널어서 말렸는데

워낙 양이 많아서 하루 종일 걸리는 이 작업은

그야말로 지긋지긋하기만 한 일이어서

나물을 좋아하는 나도 죄없는 애꿋은  고사리나 고비 나물만 보면

괜히 부아가 치밀고 심통이 나서 젓가락으로 쑤셔대기도 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 요령이 생겨서

커다란 욕조 두개에 뜨거운 물을 틀어서 가득 채운 후에

뜯은 나물을 담구었다가 바로 말리는 방법을 쓰면서

일이 많이 수월해졌지만 무척 번거로운 일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나의 제 2의 고향인 토론토를 떠난 후에 학교와 직장때문에

이사를 수십번을 하면서 여기 저기를 돌아다녀도

형제들이 커서 이제는 엄마 혼자 뜯으신 나물을 손질해서

나물을 좋아하는 내게 매년 나물을 보내 주셨다.

가게에서 사는 나물보다 우선 너무도 연하고 통통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나물이라서

매년 보내 주셔서 먹고 남을만큼 충분히 많아도

아껴 아껴 먹으면서 매년 조금씩 남는 것들을

냉동고에 잘 넣어서 보관을 해 두고

곧감 빼 먹듯이 조금씩 명절때나 특별한 날에 먹곤 하던 나물이

어느덧 서너번 먹을 양만 달랑 남았다.

 

비록 만 10년전에 돌아가셨지만

이때까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이 나물들과

그리고 생전에 아무리 바빠도 시간만 나면

못나고 애물단지같은 딸과

우리 복덩이 아들을 위해서 쉬지않고 바치신

눈물 겨운 기도가 있었기에

이때가지 우리가족이 큰 탈없이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는다고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일년에 12월에만 핀다는 이꽃은 두달후인 2월에도 또 피기 시작했다.

평소에 꽃을 좋아하셔서 시간만 나면 잎에 묻은 먼지를

윤이 나게 닦던 엄마를 따라서

나도 오랜만에 새로 수줍게 피어 오른 선인장 이파리를 닦아 본다.

 

 

 

좋은 곳에서

편히 잘 지내고 계실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music: Salut d'amour by Elgar

played by John Williams

from Helen's CD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