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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lcome to Wildrose Country
About me...Helen/헬렌의 일상에서

누구의 영웅이(hero/heroine) 된다는 것....

by Helen of Troy 2012. 11. 15.

얼마 전에 가르치는 중학교 8학년에 다니는 수잔나가

그녀의 내성적인 성격답게 조심스럽게 내게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가을학기 영어 에세이 프로젝트의 제목이 My Hero/Heroine(나의 영웅)인데

평소에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수락을 해 주겠냐고 물어 왔다.

 

 

나 역시 예쁘고, 예의 바르고, 늘 최선을 다하는 수잔나를 무척 귀여워 하는 학생이기도 하고

주위에 누군가가 나를 평소에 닮고 싶어하는 헤로인으로 여긴다는 자체만으로 고맙고 뿌듯해서

별 생각없이 바로 그러겠노라고 그 자리에서 수락을 하고

일주일 후인 지난 토요일 저녁에 인터뷰 시간도 정하고 헤어졌다.

 

비슷한 인터뷰를 과거 10 년 사이에 몇번 해 본 적이 있어서

예상되는 질문들도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거의 인터뷰때에 비해서

우선 나이를 먹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따라서 삶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도 달라지 부분이 많아서

잠시 어떻게 답변을 해 줄지 잠시 생각을 해 보면서 수잔나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에 도착한 수잔나의 한 손에는

준비한 질문사항들을 정돈해서 타이프한 종이와 노트북,

다른 한 손에는 20년 전에 그녀의 엄마가 사용하던 오래되고 얼룩이 진

앤틱수준의 카세트 테이프 리코더를 들여 있었다.

요즘처럼 디지탈 시대에 10여년만에 비록 낡았지만 아날로그 기계를 보니 괜히 반갑고 정겨웠다.

 

차분하고 꼼꼼한 그녀답게 디테일하게 준비 해 온 질문은 약 20개였는데

첫째는 내 자신과 나의 가족 이야기,

두번째는 주로 나의 직업과 커리어에 대한 질문들이었는데

그 중에 몇개만 나열해 보면,

 

어디서 태어났고, 성장환경은 어떠 했는가?

유년시절의 가정의 분위기는,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언제 그리고 왜 이민을 왔는가?

이민 초창기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내 학창시절의 영웅은 누구이며 이유는?

친구관계는 어떠했고, 내게 친구의 존재는?

 

대학교 전공과목은 무엇이며 직업선택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 주었는지?

왜 음악을 전공하다가 180도 진로를 바꾸어서 공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는지?

대학 졸업 후에 어떤 직종의 일을 했으며, 직업을 바꾼 이유는?

소수민족인 아시아인이자 여자로서 99%가 남자들의 영역인 엔지니어와 은행투자계에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과 제일 뿌듯하고 보람있는 일은?

그렇게 화려하고 책임이 많은 일에서 현재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만족하는지?

앞으로 꿈꾸는 직업이 아직 있는지, 있다면 무엇이고 왜?

 

그리고 이때까지 살면서 내가 제일 자랑스러웠던 때와

제일 부끄러웠을 때, 그리고 제일 슬펐을때가 언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자신에게 한가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비록 길지않은 시간동안에

타임머신을 타고 내 과거로 돌아가서 평소에 잊고 살던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을 오랜만에 꺼내 보면서

최선의 답을 성심성의껏 해 주다 보니 처음 계획했던 40분보다 훨씬 넘기고

1시간 10분이 지난 다음에야 (준비해 온 오래된 테이프도 다 쓰고)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수산나가 이미 돌아 간 뒤에

조용히 홀로 앉아서 내가 수잔나에게 답변을 해 준 것을 다시 되새겨 보니

10여년동안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 많이 변화 된것을 알고는

작은 충격으로 다가 오면서

수산나가 아니라 이번에 내가 다시 내 자신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솔직하게 내 일기장에 글로 남겨 보았다.

 

과연 50여년간의 긴 내 삶 중에서 이루웠던 것들 중에서

무엇이 제일 값지고 보람된 것일까?

내가 젊어서 추구하던 명예와 부, 성공,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일들이

과연 내 자신에게 얼마만의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그리고 내 삶이

누구가가 존경하고 본받을만한 헤로인이 된 자격이 되는지도 자문을 해 보았다.

물론 결점 투성이고 속물근성이 다분한 내 자신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지라

자신있게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 온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

현재까지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이 남은 터라

늘 아쉽고 조바심마저 들어서 누구한테 편하게 영웅이란 표현을 듣기엔 너무 낯간지럽기만 하다.

 

하지만 수잔나를 비롯해서 다수의 학생들과 다른 장애인 부모님들이 

커리어 우먼으로, 주부로, 엄마로 한 여인으로 걸어오면서

평범하지않은 다양한 내 삶이 그들의 우상이고 영웅으로 비추어진다면

이를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앞으로 내 삶의 또 하나의 의미로 추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영웅이 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고 축복인 동시에

한편으로 큰 책임감이 따르고 구속도 따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진정한 헤로인으로서 부끄럼없는 여인이 되어 보기로

오늘부터 작은 첫 걸음을 내딛어 보기로 했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They succeed, because they think they can.
Virgil

 

 

 

 

 

 

 

 

music: to a wild rose by edward macdowell

played by julian lloyd Web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