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나라에 봄은 참 더디게나 옵니다.
그냥 손놓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봄을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따스하고 밝고, 경쾌한 봄음악과
연두빛의 상큼하고 향긋한 봄나물로
봄을 미리 느껴봅니다.
2년 전 5월에 멀리 가서 직접 딴 고비로 들기름을 등뿍 넣고 볶은 고비나물
요즘처럼 입맛도 없고 괜시리 쳐질 때에
정신이 팍 돌게 하는 파/부추 김치
흰 쌀밤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싹싹 비벼 먹고나면
소매를 걷처 부치고 미루어 둔 청소와 다리미질을 하게 된다.
고소한 깨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고마에 시금치 나물
2년 전 5월 중순에 고비가 서식하는 이곳을 오기 위해서
울동네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km 떨어진 슬레이브 호수까지 차를 몰고 다녀 왔다.
참고비 나물도 보이고...
어려서부터 봄마다 가족과 함께 캐나다의 우거진 숨으로
나물따기 사역(?) 을 수년간 해 왔던 나와 달리
생전 처음 나물을 따러 온 남편은 나물인지 잡초인지 독초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 남편은 처음 20분간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만 있다.
야들야들한 고비가 올라오는 5월 초순을 놓쳐서 2주 늦게 찾아 온
이 고비밭의 고비는 벌써 많이 세어지긴 해도 새로 올라오는 연한 고비도 종종 눈에 띄었다.
워낙 고비가 많아서 고비를 찾으려 다닐 필요도 없이 그저 앉은 자리에서
새로 막 솟아오른 연한 녀석들만 뜯어도 금방 가지고 간 백에 그득 찬다.
30분이 지나서 남편의 백을 들여다 보니 이미 세어져 버린 기다란 놈들만 그득 따서
아예 다 버리라고 하고 이렇게 막 솟아 오른 녀석들만 뜯으라고 을 했다.
보기만 해도 봄내음이 전해져 온다.
커다란 플라스틱 쓰래기 백으로 다섯개를 채운 고비를 씻고 삶으려고 부억에 죽 널어 놓아놓고...
냉동도 시켜 두고...
이렇게 소쿠리 담아서 말리기도 해서...
3년은 거뜬히 먹을 줄 알았는데,
워낙 나물을 좋아하다 보니 자주 상에 오르기도 하고,
넉넉하다는 생각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비롯해서
남들에게도 생각없이 퍼 주다 보니
20개월만에 달랑 얼린 백 둘만 남았다.
올해 5월이 되면 아마도 다시 나물찾아 삼백리를 가야 할 듯 하다.
봄에 맛난 음식만큼
간접적으로 봄을 느끼기에
밝고, 따뜻하고, 경쾌한 봄 음악이 제격이다.
봄 음악 몇곡 감상하시면서
봄을 느껴 보세요.
슈베르트 작곡의 겨울나그네 중에서
봄의 꿈을 헤르만 프라이의 목소리로..
요한 슈트라우스 작의 봄의 소리 Kathleen Battle 의 목소리로.. 베토벤 작의 봄 바이올린 소나타 비발디 사계 중 봄 슈베르트의 '봄날에'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로...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에서 "봄의 노래"
Gewandhaus Quartet
모짜르트의 '봄' 현악 사중주 K387에서 안단테 3악장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음악과 니진스키의 안무로 미국의 조프리 발레단이 춤으로 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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