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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Helen/바늘과 실과 함께

바느질과 함께 새해를...

by Helen of Troy 2015. 1. 8.

다섯번째로 새 옷으로 갈아 입은 안방에 있는 20년 된 쿠션 2개

 

 

매년 12월이면 연이은 합창공연, 피아노 리사이틀, 크리스마스 축일을 위한 성가대 연습과 연주에다가

한해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기 위해서 연일 각종 쿠키를 만들어야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과 행사로 늘 바쁘고 피곤하다.

 

거기다가 올해는 감기 몸살이 쉽게 낳지 않아서 12월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1월 1일에 신정 준비에, 새해 인사를 오는 손님이 치닥거리를 마치자 마자

4일을 아파서 드러 눕고 나서야 겨우 몸을 추스리고,

2주간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월요일부터 가까스로 일상에 복귀했다.

 

  

무채색으로 새로 단장한 서재의 쿠션 4개...

 

 

짧은 휴가동안 자주 드나들지 않던 나의 서재겸 스튜디오를 말끔하게 청소와

2달간 수북하게 쌓인 악보, 그리고 참고서와 책들을 정리하려고 들어 가서

한시간 반동안 깔끔하게 찾기 편하게 많은 책들을 정리정돈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벽 한쪽에 있는 벤치를 올려다 보니 벤치 위 4개의 쿠션이 눈이 들어 왔다.

5년 전에 직접 천을 사서 바느질로 쿠션 커버를 만들었는데, 색상도 디자인도 식상해지고, 낡아져서

작년 여름부터 새 것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내친 김에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이불 호청과 커다란 방석 커버도 만들 작정을 하고

영하 26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끄러운 길 위를 달려서 오랜만에 천가게를 찾아 갔다.

 

 

 

단추를 달아서 쉽게 벗겨서 세탁도 할 수 있고,

쑥색/겨자색 세트로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들었다.

 

벤치의 아래부분 쿠션처럼 보라색과 금빛의 먼저번의 쿠션 커버 대신

무채색의 회색과 검정천 한 세트와 겨자색과 쑥색으로 다른 한세트를 구입했고,

두 딸 침대 위에 있던 이불 호청으로는 따스한 노란색과 파란색 천을,

그리고 거의 20년 전에 고가에 산 순면 목화솜을 잔뜩 넣어서 직접 만든 커다란 쿠션 커버 소재로

화사한 장미무늬의 천을 구입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무엇인가를 오랜만에 새로 만든다는 묘한 기대감과 설레이기까지 했다.

 

 

손으로 한땀 한땀 실로 누빈 막내딸 방의 이불...

 

10년까지만 해도 한동안 퀼트에 푹 빠져서, 방방에 사들인 다양한 천으로 그득했는데,

갑자기 나빠진 시력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동안 모아 들인 천들을 정리해서

대부분의 천들과 기구들을 퀼트를 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몇년간 손에서 바늘을 놓아버리니, 두손이 금단증세(?)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뜨게질 바늘과 털실과 다시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

나의 두 손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하면서

바느질의 재미를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아 간 커다란 천가게에 진열된

다양한 색상, 소재, 질감,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천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강렬하게 나를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었지만,

털실로 그득한 옷장에 더 넣을 데도 없어서 얼른 계획한 천 소재만 사들고 돌아 왔다.

 

 

큰딸 이불을 새로 단장 해 줄 파란 천의 커버

그리고 단장을 마친 막내딸 이불

 

이렇게 새해 첫 주를 신이 나서 시간 가는것도 잊고

그동안 오랫동안 사용해서 색상도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이불과, 쿠션을

산뜻하고 새로운 천으로 바느질로 새 옷을 입힌 후에

완성된 이불을 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바느닐을 하느라 굽은 허리가 펴지지도 않고, 엄

지와 검지 손가락이 뻣뻣하고 욱신거렸지만,

마치 새 것처럼 멀쩡하면서도 많은 추억과 사연이 있는 물건들로 변신을 해서

마음은 뿌듯하고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새로 거듭난 소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50여년간 긴 세월을 살면서

욕심과 걱정으로 덕지덕지 낀 삶의 때와

그동안 사람들 때문에 입은 상처들, 그리고 아문 흉터와 허물들로 흉하게 덮힌 내 자신도

올해, 이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새 천으로 새단장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간에

과연 무엇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하면서

누추하고 흉한 나의 헌 모습에서 산뜻하게 거듭날 수 있을지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