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스 섬 - 사라키니코 두번째 이야기
해변에 위치한 동굴들...
한때는 오랫동안 바다 밑에 있다가
수백만년간 조금씩 위로 솟아 올라서 이제는 바다 위 높은 언덕이 된 돌산
어떻게 이런 표면이 생겨났는지 궁리해 보는 일도 나름 재밌다.
30분이 흘렀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마냥 신나고 즐겁다.
거센 바닷바람 덕분에 쉬지않고 밀려드는 높은 파도 소리만
넓은 해변에 메아리치는 소리도 듣기 좋다.
밀물이 몰려 오는 시간인지 좁은 해협으로
바닷물이 조금씩 안쪽으로 밀려 들어 온다.
산에 약한 암석 부분이 패어서 생긴 동굴과 틈들이 곰보처럼 생겨 나 있다.
달에 착륙하게 되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지형
서서히 바닷물이 밀려드는 아래로 내려 가 보기로...
바람과 물로 잘게 부서진 암석 조각들이 바닥에 널려 있어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걷는데 쉽게 미끄려지기 일쑤여서, 걷는데 무척 조심스럽다.
이곳으로 밀려 든 바닷물은 옥빛으로 눈이 부신데다가
발을 담구어보니 기분좋게 시원해서
아예 신을 벗고, 맨발로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걸어가 보기도...
딱딱한 암석을 종이를 구겨놓은 듯 맘대로 주무른 세월이 참 대단하다.
반대편에 놓인 작은 동굴을 발견해서 바로 건너 가서 손을 흔들고...
끝까지 맨발로 걸어 와 보니, 자그마한 모래사장도 있네...
여러 동굴 입구 중에 한 동굴에 들어서니
바닥은 고운 모래로 감촉이 좋았고,
뜨거운 태양을 가려저 그늘이 시원했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좁은 입구와 달리 동굴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높아서 놀랐다.
그리고 여러 통로로 이어지기까지 해서 더 놀라기도...
지도도 안내서도, 안내 표시판도 없는 이 동굴은 마치
예상에도 없이 커다란 미로에 우연히 발을 디딘 느낌이 든다.
동굴의 초입 부분은 자연적으로 생겨났지만,
동굴의 안쪽 대부분은 건축재료나 조각재료로 쓰일 돌을 채석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파 내서 생긴 동굴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한 동굴의 입구는 천장도 높고, 넓게 파서
드나들기에 용이하게 만들어져 있기도...
다수의 통로의 끝으로 갈수로 좁아지고 어두운 줄 알지만,
그래도 얼마나 굴이 이어지는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절로 따라 가보게 된다.
tuffa 암석은 비교적 강도가 낮아서 쉽게 깎이는 돌이라서
간단한 도구로도 돌을 파 들어갈 수 있는 잇점이 있기에 이런 동굴이 만들기에
다른 암석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순전히 사람의 땀과 힘으로 만들어진 동굴은 여전히 경이롭다.
굴 끄트머리 부분은 누군가가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시원한 그늘이 있는 굴을 나와서...
갑자기 커다란 까마귀가 정적을 깨고 후드득 날라간다.
단단한 바위가 모래로 변하고,
거기에 날라 온 씨에서 싹이 돋고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들은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보드러운 케이크 위의 아이싱같은 모습의 바위들...
마치 바위가 열기에 끓어서 흘러 내리는 듯해서
만져보니 틀림없이 단단하고 까칠까칠한 암석이다.
갑자기 거대한 송이버섯이 왜 머리에 떠 오르는지...ㅎㅎㅎ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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