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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s Scrapbook/나누고 싶은 글

[나누고 싶은 글48]코로나 팬데믹 중에 생긴 시간이라는 선물/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And the people stayed home.' Kitty O'Meara

by Helen of Troy 2020. 3. 20.



 

3년 전에 구입해서 나의 보물 3호가 된 야나시가와 알토 색소폰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의 문제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드디어 지난 월요일부터 우리 동네에서도 심각한 사태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일제히 월요일부터 거의 대부분의 행사, 모임, 공연, 미사나 예배,

심지어는 장례식, 결혼식도 취소되고,

당장 딸 아들 모두 재택 근무를 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수업을 중단하고,

앞으로 3개월간 남은 세번의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합창연습도 참가하지 않게 되었고,

일주일에 4번 성당과 양노원 성가 봉사도 가지 않게 되면서,

그야말로 실직적인 자가격리 내지는 self-quarantine 에 들어갔다.




4-5년 전에 색칠하기가 유행하면서 사 두었던 100여개의 색연필과 스케치 북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실로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장기 휴직 내지는 휴가가 갑자기 내게 생겼다.


10대부터 거의 50년간 하루의 5분도 대충 보내지 않던 생활을 해 오던 터라

이왕에 생긴 이 선물같은 시간의 대부분을 나를 위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초반에 엄습했던 불안과 걱정에서 조금씩 해방되기 시작했고,

모처럼 선물처럼 갑자기 생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행복한 궁리에 들어갔다.





나의 보물 2호 셀머 리사이틀 시리즈 클라리넷


4년 전부터 4개의 성당에 성가 봉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자연히 노래와 피아노, 오르갠은 거의 매일 연습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노래 다음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기인 클라리넷과

그리고 섹소폰과 접하는 시간은 따라서 줄게 되어서,

클라리넷과 섹소폰은 레슨을 할 때 외에는,

주로 케이스 안에서 편히 쉬고 있을 때가 많게 되었다.


그래서 바빠서 늘 생각만 하다가 뒷전으로 밀려났던 클라리넷부터 꺼내서

정성스럽게 나무 파트를 오일로 닦아주고, mouthpieces 도 물로 깨끗이 씻어서

그동안 연습하려고 스탠드에서 놓아 두었던 악보에서 먼지를 털고

큰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자, 클라리넷의 청아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왜 진작 이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들 정도다.





우리동네의 겨울은 추울 뿐 아니라 기간도 길다보니, 

자연히 집 밖에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운동부족이 늘 맘에 걸렸는데,

집 밖은 지난 주에 며칠간에 걸쳐서 내린 눈으로 여전히 덮여 있었지만

그나마 기온이 영하 8도 정도라서 쌀쌀하지 않은 편이라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동네길을 홀로 산책길에 나섰다.


그동안 집에만 박혀있다가, 차겁지만 청정한 공기를 들여 마시기도 하고,

눈부신 햇살을 쪼일 수 있어서, 아주 상쾌 그 자체였다.

뉴질랜드 여행 중에 날씬해졌던(?) 몸이 조금씩 두리뭉실해지고 무겁던 차에

집만 나가면, 이렇게 아름다운 숲과 산책길이 널려 있는 것을 감사하면서 자주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리는 서점에 가게 되면,

그러지 말아야하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도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책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사게 되는 고약한 버릇 탓에

소파 테이블 위에나 책꽂이에 점점 높게 쌓여 가는 책도

이 기회에 현실적으로 한 두권이라도 읽어 볼 참이다.


그러다가 눈이 피곤하면, 색연필을 꺼내서 

멍때리기에 가장 쉽고 좋은 색칠하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유없이 행복해진다.



바흐의 영국 조곡을 연습하는 20년 된 나의 보물 1호 피아노


바흐 작곡의 프랑스 조곡 6 작품은 그동안 다 연습을 해 보았지만,

영국 조곡은 일단 곡의 길이가 길어서, 엄두를 내지 않다가

이번에 조곡 3번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해 온 오래된 나의 파트너 뜨개질



뜨개질은 길고 추운 겨울을 날 때나,

일 중간 중간에 종종 생기는 짜투리 시간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참 유익하고 실용적인 취미생활이자 창작활동인데,

일찌감치 손재주가 좋은 이모한테 제대로 잘 배워서 

내 자신은 물론 뜨개질 소품을 받은 많은 이들을 지금까지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다.


스웨터를 완성한 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새 패턴으로 

숄을 하나 완성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피아노 연습과 클라리넷 연습 사이에 실로 오랫만에 티비를 보면서

지금 세개째를 뜨고 있는 중이다.



Netflix 에 오른 영상물을 'binge-watching' 하기


우리집은 수년 전부터 넷플릭스를 깔아 두었지만,

정작, 나는 1년에 너댓편의 영화를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딸들이 휴가때에 집에 오면 같이 앉아서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휴가중에 매스컴에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을 받은 작품들을 맘잡고 팝콘도 먹고, 밤 늦도록 뜨게질도 하면서

죄의식이나 조바심없이 남들처럼 느긋하게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나도 유행을 따라서 binge-watching 에 들어갔다.


(Note: binge-watching은 연속극처럼 계속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전체를 쉬지않고 보는 행위)





그리고, 어제 합창단 지휘자가 연습은 물론이고

올 시즌 남은 3번의 공연이 공식적으로 취소가 되었음을 알리면서

이 어려운 난국에 잘 맞는 좋은 글을 합창단 전원에서 보내주셨다.






And the people stayed home. 

          by Kitty O'meara/키티 오미라


And the people stayed home. 

And read books, and listened, and rested, 

and exercised,  and made art, and played games, 

and learned new ways of being, and were still. 

And listened more deeply. 

Some meditated, some prayed, some danced. 

Some met their shadows. 

And the people began to think differently.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책도 읽었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운동도 했고, 그리고 그림도 그렸고, 게임도 즐겼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배우기도 하고,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어떤 이는 묵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올리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And the people healed. 

And, in the absence of people living in ignorant, 

dangerous, mindless, and heartless ways, 

the earth began to heal.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가 되었다.

그리고, 무지하고, 위험하고, 무심하고 냉혹한 상황에서

사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지구의 치유가 그제서야 시작이 되었다.



And when the danger passed, 

and the people joined together again, 

they grieved their losses, and made new choices, 

and dreamed new images, and created new ways to live 

and heal the earth fully, 

as they had been healed.


그리고 그 위험이 가시자,

사람들도 다시 함께 공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잃은 것들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방법으로 사는 길을 발견했고

그리고 지구가 사람들을 지금까지 치유해 주었던 것처럼,

그들도 지구를 완전히 치유했다.


한글번역: Nancy Helen Kim©





이 글은 요즘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소샬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글로 

코로나 바이러스 pandemic 이 가운데에 있는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치유가 되어주고 있다.



코로나의 위력에서 벗어나는 데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지만,

블친님들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바흐의 영국조곡과 칼 마리아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도 감상하시면서...


                                   

Bach - English Suites (Andras Schiff)



                                   

Weber: Clarinet Concerto No.1 / Steffens Maazel BRSO